사회개발정상회의 주관 코펜하겐 표정-대목 기대 상인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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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엔 사회개발정상회의를 주관하며 특수(特需)기대에 부풀어 있던 코펜하겐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세계 1백93개국에서 온 3만여명 대표단과 취재진이 1주일의회의기간중 먹고,자고,마시는데 1인당 4천달러씩은 뿌리고 갈 것이라던 당초 예상이 빗나가도 너무 빗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 기대 때문에 「에스코트 걸」로 불리는 고급매춘부들까지 지방과 다른 나라에서 몰려들었고,택시회사들은 전례없는 24시간풀가동체제에 들어가기도 했다.그런데 식당에는 손님이 반밖에 차지 않았고 거리에는 하루종일 빈 택시들이 수두룩 하다.고급술집들도 파리를 날리고 있다.텅빈 홀에서 평소보다 두배로 늘어난 에스코트 걸들만이 삼삼오오 잡담을 나누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유는 엄청난 물가 때문.1인당 국민소득 2만8천달러로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물가는 살인적이다.우리나라 여인숙만도 못한 호텔의 1인용 객실 하나가 하룻밤 숙박에 2백달러를 호가한다.웬만한 식당에서 맥주 1병 을 곁들여 식사를 하면 50달러는 족히 나오고,택시를 10분만 타도 1만원은 줘야하는 곳이 코펜하겐이다.
유럽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조차 현기증나는 물가에 혀를 내두르고 있고,물가가 만만치 않은 서울에서 온 사람들도 입을 못다물고 있다.
게다가 이번 회의 참가자의 대다수가 아프리카등 후진국과 개발도상국 출신인데다 비정부기구(NGO)사람들도 헤프게 돈을 쓰는관광객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특히 최빈국 49개국 대표들은한국이 제공한 3만달러등 유엔 회원국들이 십시 일반(十匙一飯)으로 추렴한 돈으로 비행기표와 체재비를 얻어 이번 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백50만 코펜하겐 주민들마저 이번 회의로 시내가 붐빌 것에 대비,아예 일찌감치 집으로 들어가버려 시내는 더욱 썰렁한 모습이다.
[코펜하겐=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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