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한마디] 주식형 울고 파생형 웃고 상품 펀드도 다 달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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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회사원 이현주(36)씨는 지난해 농산물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얘기에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펀드의 수익률이 생각보다 저조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하나은행 김성엽 상품개발2부장은 “원자재에 투자하는 상품(commodity)펀드라고 다 같은 건 아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금·에너지·농산물 등에 투자하는 상품 펀드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상품 관련 선물에 투자하는 ‘파생형 펀드’, 그리고 여러 상품 펀드들에 분산해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가 그것이다.

이씨가 투자한 펀드는 첫째인 주식형이었다. 상품의 가격은 물론 투자 대상인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펀드다. 농산물 가격의 강세에도 이씨의 펀드가 저조한 수익률을 거둔 것은 최근 세계 주식시장이 동반 급락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파생형 펀드는 상품 가격의 변화가 그대로 펀드의 수익과 연결된다. 만약 이씨가 농산물 선물에 투자하는 ‘파생형 펀드’에 들었다면 결과가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다.

김 부장은 “반대로 앞으로 주식시장이 상승세로 전환한다면 주식형 펀드의 수익이 더 나을 수 있다”며 “펀드 유형에 따라 투자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가입하기 전에 펀드의 성격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상품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극심한 신용경색이 벌어지자 미국은 정책금리를 대폭 인하했다. 자연히 인플레이션 우려는 커졌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보통 금·원유·철·곡물 등 상품의 가격은 강세를 탄다.

하지만 조심할 대목도 있다. 최근의 국제적인 금융 불안으로 전 세계 경기가 동반 추락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 그간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렸던 중국 등 신흥시장에까지 경기 침체가 파급될 경우 원자재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상품 펀드도 철저히 분산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김 부장의 조언이다. 그는 “상품 가격의 변동성은 주식보다 클 수 있어 전체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할애한다는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엽 하나은행 상품개발2부 부장
정리=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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