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하락 行進 "종점"멀다-추락 어디까지 갈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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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달러값이 엔貨와 마르크貨에 대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데 대해서는 두가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달러폭락에 합당한 이유가 있는가,그렇지 않으면 외환시장이 제멋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이는 달러의 대폭 평가절하에 근본적인 경제요인들이 자리잡고 있느냐는 것이다.그 답은 예스다.
둘째 달러하락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곧 바닥이 드러날 것인지,아니면 더 떨어질 것인지가 관심이다.또 아직 바닥이 아니라면정책당국자들은 수동적인 자세로 지켜봐야 할것인가,아니면 무언가할 일이 있는가.그 답은 단호하게 손을 떼라는 것이다.
달러하락은 전혀 놀랄게 못된다.물론 정확한 타이밍과 하락폭은뉴스감이지만 달러의 쇠퇴는 뉴스가 아니다.달러하락의 배후에는 세가지 요인이 있다.이런 요인들이 합쳐졌을 때(지금이 바로 그런 경우다)하락속도는 빨라지고 낙폭도 커진다.
첫번째 요인은 과거 25년간 달러값이 마르크와 엔에 대해 계속 떨어져 왔다는 점이다.인플레율의 차이,생산성의 차이,재정적자에 대한 태도의 차이가 이를 설명해준다.이런 추세는 계속되고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달러가 같은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또 미국의 지속적인 경상수지적자는 추가적인 달러하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투자자들은 미국내 자산을 보유하는데 따른 위험 증가에 대해 보상받기를 원한다.그러자면 미국내 금리가 높거나 달러값이 떨어져야 한다.
두번째 요인은 독일과 미국에서 벌어지는 최근 상황이다.독일은임금협상시즌을 맞아 인플레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분데스방크(獨중앙은행)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미국에서는 경제의 軟착륙시나리오가 널리 믿어지면서 금리를 올릴 여지가 좁아졌다.
독일의 상대적인 통화긴축이 마르크貨의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는것이다. 재정정책의 차이도 마르크貨를 밀어올리고 있다.미국이 균형예산 헌법수정안의 거부로 재정적자에 대해 더이상 조치를 취할 용의가 없음을 분명히 한 반면 독일은 대폭적인 재정적자 감축에 나섰다.
마르크貨 상승을 부채질하는 세번째 요인은 투자자들이 정부개입이나 통화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대외안정보다 국내안정을 앞세우는 독일의 정책기조는 분데스방크가마르크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보장하고 있다.
미국이 軟착륙전략에 만족하고 있다는 점은 美연준리가 달러강세를 위해 경기침체를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마르크간에는 이러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은 어떻게 이 사태에 대처할 것인가.
과거엔 달러-마르크,달러-엔간 환율변동에 각각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다.그러나 이번엔 마르크가 설명가능한 반면 엔은 희생될처지에 놓였다.과거엔 예컨대 미일 무역마찰의 맥락에서 엔고가 논의됐지만 이제는 다른 국면에 놓였다.
과연 현재의 달러하락 상황에서 정책입안자들은 무얼 해야 할까. 독일이나 미국은 할 일이 없다.독일이 금리를 낮출 리가 없고 미국 또한 마찬가지로 금리를 올릴 리가 없다.
그러면 일본이 정책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을까.물론 일본이 금리를 제로로 내리면 된다.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행은 그럴 경우 인플레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그렇다면 결국 일본은 과도한 엔고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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