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아내를 갖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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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하겐마이어는 필요한 시간에 맞춰 개인 비서 역할을 해주는 서비스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의 회사 ‘마이 걸 프라이데이’는 현재 미 전역 50여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자아빠 된다는 책 좀 보고 돈 많이 벌어 오라"는 아내의 성화 때문에 삶이 괴롭다며 상담실을 찾은 L씨(47). 그는 "난들 돈 많이 벌고 싶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비단 L씨 뿐이랴.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부자아빠' 추종론자들로 가득하다. 부자아빠에 관한 책이 베스트셀러를 이루고 각종 매스컴은 연일 부자 되는 비법을 알려주느라 여념이 없다. 실제로 부자인 아빠들은 선망의 눈길을 받으며 인터뷰 대상이 되기도 한다.

괴로운 건 '부자아빠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하는 가장들이다. 부자 아빠의 철학을 배우고 부자 아빠처럼 행동함으로써 부자가 될 수 있다면 세상살이가 얼마나 편할까?

옛말에 돈은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고 했다. 돈이란 게 원래 정승처럼 고상하게 쓸 수는 있지만 벌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아니 돈을 벌려면 개같이 미천해져야 한다는 뜻인 것도 같다.

손쉽게 큰 부자가 된 듯 보이는 K씨. 그도 아내에게는 "돈벌이는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내 주머니에 넣는 일"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란 말을 한다고 한다.

대개의 남자들은 결혼과 더불어 가장이란 '직함'을 받는다. 돈을 벌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싫어도 수모를 당해도 때론 아파도 참고 일을 한다. 생계를 위해 자신의 생활을 희생하고 사는 셈이다. 그래도 차마 "돈 때문에 일한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하기야 돈벌이는 안되지만 재미가 있어서 혹은 보람을 찾아 일하는 행운(?)의 가장이 몇이나 될까?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해도 부자아빠 되기란 정말 힘들다. 부자아빠는 운 종자 돈 재테크 기술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야 탄생한다. 보통사람들은 '남들처럼 살만큼' 벌기도 어렵다.

그러니 "부자 좀 되어보라"는 말은 벅찬 요구다. 하지만 수많은 이 땅의 가장들은 부자아빠를 원하는 가족에게 반박조차 못하고 산다. 진정 자신도 부자가 되고 싶은 강한 욕망 때문일까? 혹시나 사내 대장부 콤플렉스 때문에 아녀자(?)의 요구에 차마 '노(No)'하지 못하는 심리적 위축 탓은 아닐까.

오늘도 묵묵히 싫은 일도 마다 않는 가장인 당신 부자아빠를 요구하는 아내에게 한번쯤 이런 말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도 성공한 여사장의 남편처럼 '부자아내'를 갖고 싶다고.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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