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30.대만 이란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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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만 동북부의 이란(宜蘭)縣을 가로 질러 태평양으로 흘러드는둥산허(冬山河)는 범람하천으로 이름이 높았다.
태풍이 잦은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넘쳐 흘러 1천여㏊가 넘는인근지역은 상습 침수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란市의 폐오수(廢汚水)가 유입돼 둥산허는 물고기들이 살 수 없는 오염하천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이 말썽 많은 둥산허 개발을 위한 대역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85년. 이란縣은 자체적으로 6억 대만달러(한화 약 1백80억원)와 대만省 정부의 지원금 4억 대만달러(약 1백20억원)를끌어 들여 이 곳을 범람하천이 아닌 시민들이 늘 이용할 수 있는 하천공원으로 가꾸기 시작했다.이란縣은 대만내에서「체 제저항성」이 강한 특이한 지역이다.대만 토착민이 주민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대만내에서 유일하게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모두 제1야당인 민진당(民進黨)이 장악하고 있다.
산업도 제조업은 거의 없고 농업 위주여서 정책에 대한 소외감도 크고 재정형편도 대만의 縣 가운데 중하위로 낮다.
둥산허 개발을 주도한 당시의 현장은 대만 야당의 대표인물중 하나인 천딩난(陳定南)으로,이 점이 오히려 개발을 힘있게 진행시킬 수 있게했다.대만省 정부가 개발지원금을 신속하게 준 것도이같은「지역정서」를 감안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6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 91년부터 문을 열기 시작한 둥산허공원은 개장 4년만인 지난해 연간 이용객수가 무려 1백56만여명에 달했다.
대만내에서 연간 관람객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스먼(石門)댐의 1백50만여명을 앞질러 대만 최대의 관광휴양지로 부상한것이다. 둥산허의 개발 이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뿌리는 돈은농업경제에만 의존하는 이란縣에 부대수입 증가효과를 불러 일으키면서 경제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둥산허가 개발되면서 이 주변지역에는 많은 호텔과 관광시설 및 상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외지에서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은 전체의 약 7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이들이 둥산허와 주변 관광지를 찾으면서 소비하는 금액은 연간 약 2 0억 대만달러(약 6백억원)에 달합니다.특별한 산업 기반이 없는 우리 縣의 사정으로 볼 때 대단한 수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둥산허관리센터 우중스(吳忠施)주임의 설명이다.
실제 태풍의 계절인 여름만 되면 항상 침수의 위험에 떨어야했던 이곳 둥산허 인근지역에는 이제 호텔과 상점들이 들어섰으며 휴일과 주말이면 타이베이(臺北)등 대도시로부터 몰려드는 관광객과 차량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둥산허 개발은 대만내에서 재정형편이 어려운 지방정부의 하나로손꼽혀 온 이란縣에 지방세수의 증대라는 열매를 가져다 주었다.
둥산허의 공원 및 부대시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이전인 지난91년도 이란縣의 지방세입은 8억4천여만 대만달러(2백52억여원)에 불과했으나 이들 시설이 문을 연 92년도에는 지방세입이12억8천여만 대만달러(3백85억7천여만원)로 대폭 증가했다.
뛰어난 경관과 편리한 시설등으로 둥산허의 이름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올해의 지방세입은 18억5천만 대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대만의 지방자치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지방개발사업의 하나로 손꼽히는 이 둥산허의 치수(治水) 및 공원조성사업은 이란縣이 추진하는 종합발전계획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縣정부는 현재 이곳에 이미 조성된 친수이(親水)공원과 둥산허의 허안(河岸)공원 이외에 하천 상류와 하류의 광범위한 지역을대규모의 환경보호공원 및 문화관광단지로 가꾼다는 야심찬 계획을세우고 있다.
우선 99년말까지 17㏊ 넓이의 삼림(森林)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며 2000년까지 25㏊ 크기의「전통예술센터」가 들어설 전망이다. 전통예술센터에는 대만이 자랑하는 전통 인형극의 하나인「거자이시」(歌仔戱)상설 공연무대를 비롯,민속촌이 들어섬으로써이 곳은 대만내 유일한 종합 전통민속예술센터의 역할을 하게 될전망이다.
이로써 이란縣은 2000년까지 둥산허를 중심으로 한 인근지역4백50㏊에 대만내 최대 종합 관광.문화.레저단지를 건설하게 된다. 『둥산허 개발 초기에는 단지 범람하천 정리와 시민공원 조성작업 차원에서 출발했으나 이제 이 계획은 환경보호적인 측면과 함께 관광개발 전략이 함께 맞물려 있습니다.현재 중앙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타이베이와 이란縣간의 고속도로가 완성 되면 둥산허 공원은 대만에서 가장 각광받는 전국적인 휴양단지가 될 것입니다.』 둥산허 개발계획에 처음부터 참여하고 있는 이곳 관리센터 우(吳)주임의 자랑이다.
이곳 둥산허의 개발과 그에 뒤이어 얻게 된 전국적인 명성은 최근 들어 대만 사회에서 또 하나의 화제를 낳았다.
둥산허 개발 당시 이란縣 현장이었던 천딩난은 지난해말 실시된대만 역사상 첫 대만 성장(省長) 직선투표에 민진당 후보로 출마했다.비록 집권 국민당(國民黨)후보에 밀려 2위로 낙선했지만선거 막바지까지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에 는 둥산허 개발로 인한 천후보의 명성이 후광(後光)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이란縣은 이 계획의 완성을 위해 인근의 타이핑(太平)山에 대규모 숙박단지를 건설하는 것을 비롯,수질이 중급에 그치고 있는둥산허를 수영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선하는 등의 작업에도 박차를가하고 있다.
이란縣은 한 궁벽(窮僻)한 지방자치단체가 자국내 최대규모의 종합 관광.휴양.예술단지로 탈바꿈한 성공사례로 세계 지방자치사에 남을 전망이다.
[宜蘭=劉光鍾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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