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자자금 이동에 원자재값 "갈팡질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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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해 세계경제의 회복으로 호황을 누린 원자재시장이 올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알루미늄.고무.구리값은 지난해 각각 무려1백20%,90%,75%가 뛰었으나 지난달 중순 이래 알루미늄의 경우 13%가 떨어졌으며 니켈 가격은 20% 나 폭락했다.
국제 원자재시장의 호시절은 가버린 것일까.만일 그렇다면 원자재의 이같은 동향이 세계경제의 장래에 대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근착(近着)이코노미스트誌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상품가격지수들은 경제활동과 인플레에 대한 훌륭한 선행지표였다 .
영국의 투자은행 클라인워트 벤슨의 경제분석가 레오 도일이 만든 상품지수는 놀랍게도 지난 2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소속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을 근사하게 반영하고 있다.
클라인워트의 지수는 올들어 원자재시세가 약세로 돌아서기 전 가장 최근에 기록한 피크였던 87년 당시의 수준까지 치솟았다.
전례대로라면 이는 OECD국가들의 성장률이 최소 4%에 달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원자재시장의 급격한 매도세를 촉발한 것은따라서 경기 외적인 요인인 것 같다.원자재값의 하락이 올해 성장의 둔화를 예고하는 것 같지도 않다.
많은 분석가들은 지난 6일 원자재 매물이 쏟아진 것이 미국의고용통계 탓이라고 보고 있다.1월중 미국의 실업률 상승은 高금리가 예상보다 빨리 성장을 위축시키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이는 캘리포니아의 홍수,스키 휴양 지의 강설량 부족 등으로 인한 일시해고같은 단발요인들이 초래한 현상이다.실제로 제조업.건설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의 경우 1월중 늘어난일자리가 지난해 월평균치를 상회하고 있다.시간외근무 증가와 임금상승도 美경제의 성장이 여전히 견 실함을 가리키고 있다.美경제의 성장이 올 하반기 둔화된다고 하더라도 가속되고 있는 일본과 西유럽의 경제회복세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더욱이 지난해 원자재 수요증가의 상당 부분은 선진국이 아니라 성장가도를달리고 있는 「신흥시장 」에서 나온 것이다.
성장둔화 때문이 아니라면 원자재값은 왜 떨어지나.바로 변덕스러운 투자자금.헤지 펀드 때문이다.지난해 국제금융시장의 큰손들은 실적이 부진한 증권.채권시장을 이탈,원자재시장을 점거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런던금속거래소(LME)거래물량의 4분의3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지난해 원자재시장의 가수요를 유발,원자재값을 올려 놓은 이 돈들이 다시 금융시장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원자재 확보에 드는 비용이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자재가격의 상승은 상당 부분 지구적인 수요증가를 반영한 것이다.따라서 지난해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원자재값이 폭락할 것이란 예단은 섣부른 것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지의분석이다.
李必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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