財界,公正委 선경 제재强度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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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위상이 강화된 공정거래위원회를 당당한 「경제 검찰」로 부각시킨 「선경(鮮京)조사」가 25일로 일단락 됨에 따라 이번에는 그 후속조치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큰 칼」까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만인의 주목 속에 신속하게칼을 뽑아 들었으니 공정위든 선경이든 세상의 이목에 또 한 번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위가 선경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제재를 가할 것인지,또 다음은 누구 차례인지,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 제재 조치의 강도와 다음 조사 대상을 보면 정부의 칼에 과연 어느 정도 날이 서 있는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조사는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것이 조사를 받은 선경그룹 관계자들의 지적이다.공정위 조사반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선경측 수검자들은 대부분 『지난해 조사 때와는 달리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무엇인가 잡아내야 한다고 의식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나름대로의 고민이 많다.
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최종현(崔鍾賢)회장에 대한 보복이라고 보는 여론에 큰 부담을 느낀데다 몇가지 위반 혐의를 찾아낸 지금은 제재의 강도를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로서는 너무 큰 것이 걸려도 걱정,너무 사소한 것만 잡아도 걱정이다.
「소 잡는 칼」을 휘두르자니 『심하다』는 비난 여론이 나오겠고 「과일 깎는 칼」을 들이대자니 『약하다』는 질책이 있을까 걱정이라는 얘기다.
결국 공정위의 위신도 살리고 선경에도 큰 타격을 주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크기의 칼을 고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재계에서도 이번 조사가 정치적인 성격을 강하게 지닌 이상 후속조치의 수위도 정치적으로 판가름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또 『다음 차례는 어디냐』고 긴장하고 있으나 정작공정위는 어느 그룹을 조사할지,아직 대상과 일정을 정하지 못한상태다. 당장 27일부터 4월 3일까지 27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하도급실태조사가 시작되므로 당분간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는 물리적으로 힘든 형편이다.표세진(表世振)위원장은 『우선하도급 비리를 뿌리 뽑는데 주력하고 그 후 시간과 인력 상황을봐가며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를 벌이겠다』고 말하고 있다.다른 그룹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원칙」만 서있을뿐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 재계에서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유럽 순방 때 崔회장이 전경련(全經聯)회장 자격으로 수행하면서 金대통령과 자연스럽게 만나 오해를 풀 기회를 가지면 이번 고비를 큰 무리 없이 넘기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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