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체계 대변혁 3.통화관리와 금융제도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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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현행 한국은행법 제3조를 보면 한은의 설립 목적은 「국민경제발전을 위한 통화가치 안정」과 「은행,신용제도의 건전화와 기능향상」으로 명시되어있다.
한은 개편안을 놓고 재경원과 한은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지만,사안을 단순화하면 결국은 이 두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느냐는 논쟁이다.
재경원은 이번 개정안을 발표하면서▲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기능 강화를 통한 중립적.자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은행감독원등 3개 감독기관의 통폐합으로 자유화.개방화.금융시장 통합등 금융구조 개편에 걸맞는 감독행정을 편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명분이 그렇다면 법 개정이후 통화관리및 금융구조 개편의 효율성 여부가,개정방향이 제대로 잡혔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는 셈이다.
먼저 통화관리 측면의 변화를 보자.금통위 의장이 한은 총재를맡는다면 지금처럼 재경원장관이 금통위 의장을 맡는 것보다 통화신용정책의 자율성이 다소나마 높아질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흔히 「냉탕.온탕」으로 비유되는 통화당국의 통화관리가이같은 제도 정비만으로 자율적.효율적으로 바뀌어질 수는 없는 상황이다.통화관리의 발목을 묶는 족쇄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현재 한은의 통화관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전체 유동성의 32%에 불과한 총통화(),즉 은행 저축성.요구불 예금과 현금통화만을 관리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에는 통화관리 영역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같은 맥락에서 외환업무 관장권을 재경원이 계속 갖는 것도 문제로 남는다.
물론 한은은 시장원리에 입각한 통화관리보다는 감독권을 앞세운반강제적 「창구지도」를 남발,은행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었다.그러나 한은측에서는 『간접규제는 어디까지나 통화관리 방식의 문제이고 통화정책의 점검 기능은 있어야 한다』고 주 장한다.「최종대출자(Lender of last resort)」로 은행에 거액을 지원하는 한은으로선 사후점검 기능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발족에 대해서도 금융산업 개편과 관련,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규제완화.개방화.자율화는 새정부 출범 당시부터 줄곧 추진해온과제인데 은행.증권.보험등 3개 권역의 감독이 일원화되면 이런금융산업 개편은 확실히 추진력을 더할 것이다.
그러나 서로 성격이 다른 이들 업종을 하나로 통합관리하는 것은 자칫 감독의 전문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한은의 주장이며 한편에서는 산업집중을 막는 정부가 금융의 집중을 기하려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한 경제학자는 『효율 도 살리고 권한 집중도 막는 쪽으로 한은법 개정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나 지금은 양쪽이 감정 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하고 『결국감독권을 비롯한 정책결정권을 합리적으로 공유하는 방향으로 양쪽이 가닥을 모아야 하며 그러려면 양 쪽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론없는 소모전으로 끝난 80년대말의 한은법 개정 논쟁이 재현되지 않도록 재경원.한은 양자가 깊이 음미해 볼만한 대목이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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