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門前成市-방문객이 많아 문앞이 시장처럼 붐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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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흔히들 대통령과 독대(獨對)하는 횟수나 명절날 방문객의 숫자로 정치적인 실세(實勢)를 판단하곤 한다.문전성시(門前成市)는방문객이 많아 문앞에 시장이 선 것과 같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실세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것이다.
동한(東漢)의 애제(哀帝)가 정치는 멀리하고 여색에만 빠져 있자 충신 정숭(鄭崇)이 수차 간했지만 듣기는커녕 오히려 멀리했다. 한편 조창(趙昌)은 간신으로 아첨과 모함의 명수였다.
정숭이 애제로부터 소외당하는 것을 매우 고소하게 여기고 있었다. 『녀석은 간사한 놈입니다.빨리 무슨 조치를 내리셔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 애제는 즉시 정숭을 불러 들였다.
『듣건대 경의 문전은 저자와 같다며.』 『그렇습니다.신의 대문 앞은 아첨하는 무리들로 저자처럼 되어 있습니다마는 신의 마음은 물과 같이 청렴합니다.』(臣門如市,臣心如水) 이 말에 애제는 노발대발해 정숭을 하옥(下獄)하고 말았다.
많은 신하들이 그를 변호했지만 오히려 관직만 박탈당하고 쫓겨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정숭은 끝내 옥사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門前成市는 좋은 뜻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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