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이 창조해낸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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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중 가장 널리 알려지고 애독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영국 문학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치를 보다 확고히 해준 작품이다.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로 읽는 이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마법 같은 소설이기에 출간된 지 2백 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예쁘고 영리하고 게다가 부유하기까지 한 에마 우드하우스는 주위 사람들 중 잘 어울리는 남녀를 커플로 만들어내 결혼에 골인시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고 여기는 아가씨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일은 꼬여버리고 만다. 커플로 맺어주려던 남녀는 각자가 염두에 둔 사람이 있었고, 더군다나 자신이 중매를 서려 나섰던 남자는 에마 자신에게 구애를 해온다. 난처한 상황 속에서 실의에 빠진 에마, 그녀 앞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나면서 에마는 더 동분서주하게 된다. 늘 다른 사람의 결혼에만 관심을 두던 사랑의 연금술사 에마. 정작 그녀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나 말고는 호감을 가질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여주인공” - 제인 오스틴
1815년에 출간된 《에마》는 약 2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매력이 조금도 바래지 않은 채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유쾌한 읽기의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한 이 소설의 매력을 뽑으라면 우선 살아 있는 캐릭터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에마 우드하우스를 비롯해 과도한 건강 염려증을 지닌 에마의 아버지, 냉정한 것 같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신사 나이틀리 씨, 천진난만한 해리엇, 자기주장이 강한 엘턴 부인, 그리고 떠들썩한 이웃들, 이들 하나하나의 성격이 살아 있고 개성이 넘친다. 그 중에서도 에마는 단연 돋보이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이 소설을 집필하기 전 여주인공을 구상하던 제인 오스틴은 “나 말고는 호감을 가질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여주인공을 만들어볼 작정”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사실 에마 우드하우스는 그 솔직함과 악의 없음, 섬세함으로 인해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그녀는 타고난 재력과 재능, 훌륭한 배경을 갖추었지만 좀처럼 한곳에 집중하지 못한다. 언제나 다른 사람의 인생에 뛰어들어 삶을 ‘개선’해주겠다고 나서는 한편, 우월의식에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력까지 갖추고 있다.
사실 에마 우드하우스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 중 처음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여주인공이다. 그 때문에 에마는 여자란 결혼을 해야 한다고 믿는 천진한 해리엇을 향해 자신은 결혼할 생각도, 그럴 필요도 없다고 단호히 말하기도 한다. 또한 주인공의 넉넉한 경제적 형편 덕분에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과 비교해볼 때 훨씬 경쾌하고 유쾌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래서 주인공만큼이나 그녀의 소설 중 ‘튀는’ 작품이기도 하다.

관점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엇갈리는 사랑, 그리고 유쾌한 로맨스
《에마》는 ‘관점의 차이’라는 하나의 테마가 어떻게 일관성을 가지면서도 감칠맛 나게 그려지는지 주목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분류하는 것들은 각자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또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상이하게 해석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제가 한 모든 말이나 행동은 당신에 대한 제 사랑을 표시하기 위한 것일 뿐이었습니다!” 이 말을 한 엘턴 씨의 관점으로는 그가 오랫동안 에마에게 구애를 한 것이었지만, 에마는 오히려 그가 당연히 해리엇 스미스를 좋아한다고 여기고 그 둘을 연결시켜주려 했다. 그래서 결국 에마는 이렇게 말하며 반박한다. “지금 이 순간까지 당신의 생각을 완전히 잘못 파악하고 있었어요.”
이 소설에는 이런 식으로 등장인물 저마다의 다양한, 종종 빗나가는 관점들을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져 독자에게 흥미를 더하고 때로는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만든다. 이렇게 묘사된 관점의 차이와 그로 인한 크고 작은 사건들은 오늘날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오히려 놀라울 정도이다.
작가는 이야기가 쓰인 배경에 한정되지 않고 그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와 친숙하고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해서 “아름답고 총명하며 밝은 성품에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난” 한 젊은 여성의 단순한 이야기 같았던 이 작품은 읽을수록 자기기만과 사랑,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오해에 관한 통찰력 있는 분석으로 다가온다. 이는 많은 이들이 에마와 그녀를 둘러싼 이야기에 빠져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 도서명 : 에마
* 발행 : 대교베텔스만
* 제인 오스틴 지음 | 608쪽 | 11,500원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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