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銀,독립인가 예속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가 입안(立案),발표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의 골자는 두가지다.금융통화운영위원회 의장이 한은(韓銀)총재를 겸임하며,은행.
증권.보험으로 나뉘어 있는 감독기능을 금융감독원으로 통폐합해 재정경제원 산하에 두겠다는 것이다.
재경원장관의 금통위의장 겸임을 폐지하고 금통위의장이 한은총재를 겸임토록한 것은 통화신용정책 수립에 있어 정부 간여를 축소하고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가 될 것이다.중앙은행 독립을 논하면서 통화신용정책의 최고 결정기구인 금통위의장을정부가 차지할 수는 없다.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장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금통위 구성이나 임명절차.운영방식등의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이런 것들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통위의장이 한은총재를 겸직 한다 해서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이 확보될 수는 없다.특히 정부안이 금통위의장을 재경원장관제청,대통령 임명방식으로 선임하겠다는 것이나 재경원차관의 당연직 금통위원 임명및 5개 부처 장관의 위원 추천,재경원장관의 한은예산 승인권 부여 등은 자칫 한은의 정부 예속을 강화시킬 우려마저 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의 감독권을 분리,재경원에 귀속시키느냐의 여부도 결국은 금통위가 실질적으로 어떤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냐와 직결돼 있다.기본적으로 금통위가 정부의 간섭에서실질적으로 분리,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금융 감독 기능은 정부에 귀속되는 것이 옳을 수 있다.그러나 정부가 금통위 또는한은에 대한 견제장치를 과다하게 가지면서 감독기능은 분리하겠다는 것은 사리(事理)에 맞지 않는다.또한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충분히 보장하는 경우에도 독일.일본 의 예에서 보듯 은행권에 대한 자료 요구나 업무와 관련된 검사권은 중앙은행에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경제 여건에서 국민경제의 발전과 통화가치의 안정이란 목표를 추구하기에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본다.이런 대전제하에서 기득권의 유지,박탈 차원의 감정싸움이 아닌 합리적인 타 결점을 찾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