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드는 기관투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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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기관투자가의 주식시장 참여 비중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6일 증권거래소와 투신업계에 따르면 증시에서 은행.증권.보험.투신.연기금.저축은행 등 기관투자가의 주식보유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지난해 말 11.2%로 전년 말의 15.9%에 비해 4.7%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2002년 말 기준, 미국의 50.9%와 일본 40%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기관투자가 비중은 1997년 26.3%였으나 외환위기 여파가 본격화된 98년부터 10%대로 떨어지며 해마다 감소돼 왔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10%대에서 지난해 말 40.1%로 급증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외면으로 수탁고가 줄어든 투신사들은 주가 전망이 좋아도 주식을 사지 못하는 등 영업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신사 수탁고는 지난해 말 145조원으로 떨어져 외환위기 와중에 있던 98년 말 194조원보다 작은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신 영업 위축의 원인을 외환위기 이후 대우사태.SK글로벌 사태 등으로 불거진 고객의 신뢰 상실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오는 3월부터 미국계 푸르덴셜증권으로 새로 태어나는 현투증권의 이명규 전무는 "그동안 국내 투신들은 신뢰를 잃는 바람에 고객을 많이 놓쳤다"며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고객을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은 기업경영 감시나 경영권 보호 등 공적인 역할과 증시의 안전판 구실도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증권연구원 고광수 연구위원은 "기업연금 제도 등의 도입을 통해 기관투자가의 투자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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