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잔치>기아 테크닉이 고려대 패기 잠재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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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기아자동차는 국내 최고수준의 테크니션들이 모인 엘리트 집단이다. 가드.센터.포워드 전부문에 걸쳐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특히 허재(許載).강동희(姜東熙)가 이끄는 외곽과 김유택(金裕宅)이 지키는 골밑은 말그대로 국가대표팀을 옮겨놓은듯한 인상이다. 17일 올림픽제1체육관에서 벌어진 012배 94~95농구대잔치 남자부 플레이오프 2라운드 고려대와의 첫경기에서 許의 원패스에 이은 姜의 결승골밑 슛은 기아의 콤비네이션과 관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고려대의 맹추격에 말려 67-66까지 쫓긴 후반종료 13초전,허재는 고려대 센터 현주엽(玄周燁)이 골인시킨 볼을 잡자마자슬금슬금 프런트 코트로 침투해 들어가는 강동희에게 길게 연결시켜 노마크 골을 만들어냈다.고려대는 우직한 교과 서식 농구로 올시즌 들어 가장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으나 첫승리를 거두기에는대학팀다운 패기와 도전의식이 부족했다.
고려대의 외형전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기아의 테크닉을 넘기에는 무리다.고려대가 기아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무형의 「알파(α)」가 필요하다.그것은 바로 기아의 호흡을 흐트러뜨리고 무수한 변수를 만들기 위한 모험카드다.
고려대는 바둑에서 의외의 강수로 상대의 의표를 찌르듯 기아의가장 아픈곳을 찔러야 했다.그곳은 바로 30대를 넘어선 두 노장 김유택과 한기범(韓基範)이 지키는 기아의 골밑이었다.
그러나 이날 기아의 리바운드는 23개로 고려대의 17개를 압도했다. 고려대 센터 현주엽(21점)과 전희철(全喜哲.17점)의 득점은 기아의 한기범(10점)과 김유택(19점)의 기록보다9점이 많지만 위협적인 수치는 아니었다.
거친 몸싸움과 체력전이 필요한 페인트 존(베이스라인에서 자유투라인에 이르는 사다리꼴 지역)에서의 골은 玄이 4개(8점),全이 2개(4점)를 기록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힘이 부치는 기아 센터진은 고려대 센터들이 싸움을걸지 않았으므로 「편안한」 가운데 마음껏 세기를 발휘할 수 있었고 이들의 지원을 받은 가드진은 동요없이 고려대의 허점을 찾아다녔다.
이제 고려대는 2차전을 반드시 건져야 그들의 목표대로 기아를3차전까지 끌고가 체력으로 승부를 걸수 있게 됐다.그러나 1차전에서 고려대는 기아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대신 여유를 주었고 스스로는 아쉬움만 남기고 말았다.
〈許珍碩기자〉 ◇플레이오프 2라운드 제2일(17일.올림픽제1체) ▲남자부 기아자동차 69 43-3226-35 67 고려대(1승) (1패) ▲여자부 SKC 68 38-3230-33 65 코오롱 (1승) (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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