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스타들 색깔연기 돋보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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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SBS-TV 『모래시계』를 보면서 수많은 주.조연 연기자들이 발산하는 색다른 연기의 매력에 빠져드는 일은 시청자들의 또다른즐거움이었다.
태수의 어린시절 배역을 맡아 열연한 김정현은 단2회까지만 출연하고도 스타로 부상한 경우.비교적 핸섬한 얼굴에 쏘아보는 눈빛,금방이라도 성난 소처럼 달려들 듯한 반항아적 분위기가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종도 역을 맡아 열연한 정성모의 차진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남도사투리를 능글맞을 만큼 구사하면서 이권추구라면 친구를 배신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파렴치한 폭력배 역을 능란하게 소화해내 호평을 받았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살아온 그는 남도 사투리를 익히기 위해 지방에 있는 다방에서 3~4시간 죽치고 앉아 귀를 곤두세웠다는 후문.
현재 방위 복무중인 이정재는 윤혜린의 고독한 보디가드 역 덕분에 공백기간에 인기주가가 대폭 오른 경우.대사 몇마디없이 온몸으로 연기해온 그가 숨지는 장면(22회)에서는 30~40대 주부들이 꽤나 울었다는 소문이다.
재희 역에 대한 주부들의 유별난 관심은 대화부족을 넘어 무관심 상태로 치닫는 부부사이에 대한 보상심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분석.
최민수는 『모래시계』를 통해 터프가이로서의 이미지를 완전히 굳힌 셈.
그는 태수란 인물을 통해 의리에 죽고 사는 사나이,쓸쓸한 사랑을 간직한 남자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냈다.
한편 줄곧 나약하고 평범한 이미지로 활동해온 고현정은 윤혜린역의 「외유내강」연기로 『이제야 물이 올랐다』는 아쉬움섞인 칭찬을 듣고 있다.
이밖에 박상원.김영애.남성훈.박근형.조민수등도 농익은 연기로『모래시계』의 성공에 일조했다는 평이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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