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승자도 패자도 ‘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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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삼성화재의 외국인 공격수 안젤코<右>가 현대캐피탈 권영민의 블로킹 위로 스파이크 하고 있다. 안젤코는 이날 양 팀 최다인 40득점을 올렸다. [대전=연합뉴스]

프로배구 V리그의 ‘맞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만났다. 벤치도, 선수도, 응원단도, 대결이라기보다 차라리 전쟁이었다. 역대 최장인 2시간19분간의 풀세트 대결에서 웃은 쪽은 삼성화재였다. 3-2로 이긴 삼성화재는 12승2패로 선두를 지켰다. 수원에서는 대한항공이 한전을 3-0으로 완파, 3라운드 전승을 올리며 12승3패로 선두를 바짝 추격했다.

 ◆실수가 희비 갈랐다=매 세트 승부는 20점을 넘겨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희비를 가른 것은 작은 실수 하나였다.

 삼성화재는 1세트 27-26에서 현대캐피탈 리베로 오정록의 서브리시브 실수를 안젤코(40점)가 터치아웃 공격으로 연결하며 세트를 가져갔다. 현대캐피탈 역시 2세트 20-20에서 삼성화재 이용택과 장병철의 서브 실수를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져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는 30점을 넘겼다. 31-32로 뒤지던 현대캐피탈 송인석(25점)의 시간차 공격이 라인 근처에 떨어졌다. 김건태 주심의 아웃 판정에 대해 현대캐피탈은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번복되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 결과 송인석의 스파이크는 삼성화재 코트 안에 떨어진 게 확연해 보였다. 김호철 현대 감독은 “잘못된 판정이다. 중요 순간에 주심이 합의심을 하지 않고 단독으로 아웃이라고 판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

 ◆연습생 세터 ‘일’내다=4세트 중반 돌발 변수가 생겼다. 삼성화재 세터 최태웅이 종아리 근육통을 호소한 것. 현대캐피탈은 ‘조타수’가 빠진 삼성화재를 두들겨 경기를 5세트로 끌고 갔다. 최태웅은 5세트 시작부터 다시 들어왔지만 3-2로 앞서던 상황에서 통증이 재발해 보조세터 강민웅으로 교체됐다.

강민웅은 삼성화재가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건진 ‘연습생(수련선수)’이다. ‘특급신인’ 유광우의 발목 수술 때문에 모처럼 코트에 나선 강민웅이 ‘일’을 내고 말았다. 강민웅은 7-6까지 추격당한 순간 2단 공격으로 상대 허를 찔렀다. 이어 8-8부터 연거푸 3개의 A속공 토스를 올려 모두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15-12 삼성화재 승리.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조차 “시켜도 할 수 없는 토스를 신인답지 않은 대담함으로 해냈다”고 감탄했다.

대전=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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