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율사 유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심포지엄에서 한 토론자가 몇 번씩이나 법률가를 율사라고 부르기에 자장율사(慈藏律師)라면 과분하다고 한 일이 있다.지난 시절「율사」라면 과분한탓인지 그 어원(語源)은 물론 한자표기도 의문이다.조선시대 형조(刑曹)소속 형률(刑律)실무 자였던 율관(律官)이나,유태교의 바리새(Pharisees)인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아마도 법률가 직업이 사법제도나 법체계와 함께근세에 새로 도입된 생소한 업종인데서 오는 혼선인 것 같다.
금년이 근세 사법 1백주년이 되어서인지 변호사보수.법학교육제도 및 법조인 선발제도 등에 논의가 많고,법률가와 비법률가인 사회지도층및 일반국민 사이에 무슨 대립관계라도 생기는 것 같이도 보인다.
갑오경장의 주요 내용이었던 1895년의 「재판소설치법」 이래근세 사법의 역사는 민족과 국가의 고난을 그대로 반영하는 비참한 역경이었고 건국 후 오늘까지의 과정도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법관양성소」로 출발된 법조인 선발제도 역시 건국 후에만도 변호사시험.고등고시 사법과.사법시험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런 외형적인 것도 있지만 조선시대의 유교를 기초로한 경국대전체제가 붕괴된 후 이를 대체하는 현실질서로 등장한 법규범의 내용과 사회적 역할에는 더욱 많은 문제가있다.조선이 개명(開明)의 길로 선택했던 법제도가 일제에 의해 침략과 압제의 수단으로 타락되었고,건국후 법치주의가 주장되고 있지만 선거나 입법과정.법규의 내용이나 집행과정을 볼 때 국민의 합의에 의해 스스로 다스린다는 것은 명분 뿐이고 실제로는 국민에 대한 권력적 조작장치에 불과한 것 같은 인상도 주 었다.
법과 사법을 국가의 이념과 기강의 진정한 보루라고 이해한다면현재의 법학.법교육.법률인력으로는 그 임무를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못해 변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솔직한 소감이다.
이 문제는 개인의 소감 차원에서 논할 일이 아니고 국가의 전체적.장기적 전망하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어쨌든 법률가를 율사라는 족보미상의 이상한 호칭으로 부르는 일이 없을정도로 개혁되었으면 좋겠다.
〈변호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