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 최 2년만에 국내 초대展 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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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허름한 중국풍 잠바 차림에 손질을 안한채 어깨까지 흘러내린 긴머리칼등 영락없는 거리의 건달 모습이다.차림같은 것에 도무지 신경쓰지 않지만 코디 최(34)는 90년대 들어 뉴욕미술계의 메인 스트림에서 주목받는 30대 작가중 한사람으로 꼽힌다.
지난 10일부터 국제화랑에서 열린 「경계 위의 미술」전에 뉴욕의 30대 유명작가들과 나란히 초대된 그가 2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뉴욕 얘기를 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차림새나 머리모양에 신경쓸 시간이 없습니다.아직은 어떻게 하면 굶지않고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가가 제일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코디 최의 작업은한국이란 문화토양에서 자란 자신이 이질적인 미국문화를 겪으면서느끼는 갈등이나 충격을 자신의 신체를 사용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이런 특징은 80년대 후반부터 뉴욕 미술계의주류가 되고 있는 신체미술 경향과 일치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그것이 유행에 따른 행운일수도 있지만 저 자신 미국이민 작가로 생활하면서 사회학적 배경의 차이와 문화적 이질현상을 제대로 절실하게 읽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는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간 뒤로 미국 아이들에게서 육체적 차이와 거리감을 느끼다가 그것이 마침내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발전,구토에 복통을 일으키는 위장병까지 얻은데서 자신의 작업이 출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때 먹던 약이 펩토 비스몰이었습니다.그래서 펩토 비스몰이란 위장약에 말을 듣는 제 위장에서 출발해 육체작업을 시작한 것입니다.적어도 유행에 따라 시작한 건 아니라는 거죠.』코디 최는 그때부터 「위장약 작가」라는 닉네임이 따를 정도 로 펩토비스몰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사용해 그것을 바닥에 뿌려놓거나 그것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에는 더 발전해 『신체의 각부분은 각각 기능이 다른독립된 기계이며 이것을 총괄하는 것조차 기관기계』라며 이들의 관계성을 노출시키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이번 국내에 소개한 작품도 그런 생각을 논리적이며 개념적으로 표현한 것들이다.예를들면 『코디의 전설과 프로이트의 변기통』이란 작품은 자신의 몸을 파라핀으로 떠내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만든뒤 펩토비스몰에 발을 담그게 하고 그 아래에는 변기통을 만들어 자신이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실연해보 인 작품이다.변기통과 관련시킨 다비드상을 통해서 그는 남성 아름다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다비드상이 실은 남성 중심의 역사가 만들어낸 왜곡된 미술사의 신화라는 사실을 폭로한다는 것.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코디 최는 특히 이번 전시를 기획한제프리 다이츠가 자신을 픽업해준데 감사와 함께 큰 기대를 걸고있다.다이츠는 80년대 말부터 육체를 사용하는 신개념 미술을 주장한 주역으로서 제프 쿤스같은 작가를 길러내 는등 뉴욕화단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
코디 최는 지난해 가을부터 뉴욕주립대학에 시간강사로 출강중이며 올해 뉴욕 화랑 두군데와 내년 독일 뮌헨 전시에 초대받는등조금씩 활동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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