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망없는 국영기업 과감히 정리-新파산법 추진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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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국당국이 회생불능의 국영기업은 과감히 파산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新파산법을 내년초 제정, 강력히 시행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신파산법은▲가망 없는 국영기업의 파산단행▲명확한 파산절차 규정▲위장파산 처벌등이 주요 내용으로 내년초 입법을 마친 후 곧바로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중국정부가 국가산업의 주축인 국영기업에 대해 파산이라는 과감한 메스를 들이대는 것은 정부로서도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국영기업은 전체 국영기업의 43.4%에달했고 이들 기업의 적자총액이 무려 3백억元(3조원)을 상회한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국영기업의 채무를 누적시키는 삼각채(三角債)가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판매회사는 제조회사에,제조회사는 다시 원자재회사에 대금지불을 체납하는 삼각채는 지난해 11월말 현재 약 6천억元(60조원) .불과 5개월 사이 1천억元이 늘어난 수치이자 전년 동기대비 74%나 증가한 것이라고 중국당국은 밝히고 있다.
특히 국영기업에 대한 은행대출 미회수금이 2조元(200조원)에 달하지만 이중 10%이상이 회수 불가능한 악성채무여서 부실국영기업의 폐해가 국가금융체제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중국당국은 인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적자기업의 상당수는 여전히 회생 가능성이희박할 뿐아니라 가시적인 자구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어 이들 기업에 대해 파산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는 판단이다.
국영기업의 절반가량이 적자에 허덕이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방만한 경영과 과다한 잉여인력,낮은 생산성및 생산설비의 낙후로 인한 경쟁력 결여가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국정의 주요 목표로 농촌문제 해결과 국영기업 개혁을 설정,국영기업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실시하며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문을 닫거나 생산 중지,업종변경,합병및 파산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신파산법 제정이 과연 당국의 의지대로 추진될 지 미지수다.중국당국은 92년이후 여러차례에 걸쳐 회생불능 국영기업에대해 파산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지만 실제 파산된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86년 파산법이 제정된 후 지금까지 파산한 기업은 약 1천개정도이며 이중 국영기업은 절반도 안되는 실정이다.
공업부문에 종사하는 전체 근로자의 57.34%를 고용하고 있는 국영기업의 파산은 대규모 실업자 양산을 의미하고 이 경우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란게 중국지도부의 우려다.지난해 도시지역 실업률은 공식적으론 2.8%이지만 국영기업 개 편에 따른 잉여인력 2천5백만명을 포함할 경우 16.3%에 이른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최고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의 건강이 최근들어 급속히 악화,해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지도부가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국영기업에 대한 과감한 파산을 집행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도 적 지 않다.
[北京=文日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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