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블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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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블루(Blue)』의 주인공 줄리(줄리엣 비노쉬扮)역은 어느여배우라도 탐낼만하다.절망에 빠지고 혼자 감당하기 벅찬,아리도록 슬픈 인성(人性)을 가진 줄리는 연기자들에게 무척이나 매혹적이다.줄리엣 비노쉬는 특유의 슬프고 외로운 눈 과 절제되고 섬세한 몸짓을 통해 계속되는 비극적 삶속에 자기를 완전히 불살라버리는 줄리로 변신한다.
이 영화는 인간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으로 자기 인생을 다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자기를 다시 찾고 진실된 자유를 얻기 위해선 모든 것에서해방돼야 하며 그것은 모든 것을 줌으로써 가능하 다는 것이다.
줄리는 작곡가인 남편과 어린 딸을 차사고로 잃는다.혼자 살아남은 그녀는 입원해있는 병원에서 자살을 기도한다.그러나 죽을 힘마저 없는 상태에서 자살은 실패하고 하루하루 고된 삶과 싸워나간다.과거에서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얽매이게 되는수렁 속에서….
줄리와 같은 엄청난 상황에서 사랑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것은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일이다.하지만 감독은 종교적 차원에서줄리를 구원의 길로 끌고 간다.
『모든 지식과 믿음이 있다 하더라도 만일 사랑이 없다면 나는아무 것도 아니다.남는 것은 믿음.해방.사랑, 그중에서도 가장훌륭한 것은 사랑이다』.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다.
영화의 끝은 남편의 미완성 작품인 『유럽 통합 협주곡』이 남편의 동료에 의해 완성돼 연주되는 것으로 끝난다.『베로니카의 이중생활』과 마찬가지로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오케스트라 구성과 합창으로 영상을 더욱 강하게 만든 것이다.
크리쥐스토프 키에슬롭스키감독은 클로즈업을 통해 장면의 의미를압축시켜 전달한다.하얀 설탕조각이 커피에 스며드는 장면을 화면가득히 담기도 한다.이는 그녀를 사랑하는 남편의 동료를 거부하는 동시에 자기 세계 속으로 빠져드는 닫혀진 마음을 상징적으로표시하고 있다.편집에 집착하는 스타일을 가진 키에슬롭스키는 촬영은 편집에 필요한 재료를 모은다고 생각해 별로 중요시하지 않고 컷마다 여러 각도,여러 크기로 찍어 편집실로 가져간다.편집실에서 보통 8~9회 정도 작품 이 변한다.『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의 파리개봉때 키에슬롭스키는 극장마다 다른 편집판을 돌릴 생각도 했다고 한다.
『블루』『화이트』『레드』의 3부작 완성 직후 키에슬롭스키는 영화에 흥미를 잃어 은퇴한다고 발표했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가 한꺼번에 여러 영화를 만든데 따른 불안 때문에 이런 말을했다고 해석, 곧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 파리=尹靜姬.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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