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쇼크] 브릭스가 구원투수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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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오기 전 어둠인가, 대세 상승의 끝을 알리는 전조인가’-.
 
16일 한국 주식시장은 미국 월가에서 불어 닥친 ‘씨티그룹 쇼크’에 요동쳤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미국 월가가 휘청거릴 때도 꿈쩍 안 했던 중국·홍콩 증시마저 급락하자 불안감이 확산했다. 200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증시의 대세 상승 기조가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그러나 주가 하락에도 주식형 펀드로 들어오는 자금은 오히려 늘었다. 연기금도 사자에 나설 움직임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외국인 매도 공세가 다소 진정되면 국내 기관이 시장을 다시 주도할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이 여전히 강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1.98포인트(-2.40%) 떨어진 1704.97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1조202억원어치 순매도한 탓이었다. 이는 지난해 8월 16일 1조326억원을 판 이후 사상 둘째로 큰 규모였다. 이날까지 보름 만에 코스피지수는 192.16포인트 빠졌다. 시가총액으로는 102조원이 공중으로 사라진 셈이다. 코스닥지수도 지난해 8월 16일 이후 가장 큰 폭인 21.89포인트(3.25%) 떨어져 651.36으로 끝났다. 아시아 시장도 맥을 못 췄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81%, 도쿄 닛케이 평균주가도 3.35%, 홍콩 항셍지수는 5.37%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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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상승 꺾이나=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두 차례 금리 인하에도 월가의 불안이 해소되기는커녕 갈수록 증폭되자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충격이 쉽게 수습되기 어려울 거라는 얘기다. 더욱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회사가 마구잡이 대출 회수에 나서면 주택경기,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 올 8월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도 불확실하다.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3~4년의 대세 상승이 마무리되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 고점도 2000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아직은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과거엔 미국 경기가 고꾸라지면 세계 경제가 비틀거렸다. 하지만 이젠 브릭스(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와 아시아 자원부국인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의 고속 성장이 미국 경기 침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의 미국 의존도도 많이 낮아졌다.

지난해 미국·일본에 대한 수출이 주춤한 사이 중동·아시아·아프리카 오일달러를 겨냥한 플랜트 수출이 급성장했다. 올해도 국내 기업의 실적은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펀드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미래에셋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계속 들어오는 한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널뛰기 장에서는 “주가를 보지 말고 실적을 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부화뇌동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삼성투자운용 양정원 주식운용본부장은 “지금 외국인은 실적을 고려해 팔기보다 현금 확보를 위해 팔 수 있는 주식을 무조건 던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적이 좋은 종목의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진다면 매수 기회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단기적으로는 대부분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이 이달 말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 시점을 전후로 1차 반등이 시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어떤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외국인 매도 공세가 진정될 때까지는 중국 관련주보다 내수주에 관심을 두라는 조언과 그동안 소외된 전기전자(IT)와 자동차 관련주가 유망하다는 의견이다.

정경민·최현철·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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