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무예>11.해동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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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둔 지난달 24일,중국 연변대학에서는 나한일(羅漢一)씨가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학 실내체육관 맨 위쪽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체육관 왼쪽에 도열해 있던 40여명의 중국인과 조선족이 한명씩 중앙으로 나와 정중히 예(禮)를 갖췄다.
예를 갖춘 이는 힘찬 기합과 함께 왼손에 들고 있던 목검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그동안 닦은 기량을 선보였다.이마에 땀방울이송글송글 맺히고 검의 사위가 멈춘뒤 다시 예를 갖춘 그는 羅씨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들 가운데는 나 이어린 소녀도있었고 60세가 족히 넘어보이는듯한 노인도 있었다.
한참을 지켜본 羅씨의 판정이 있었고,다음 대기자가 중앙으로 나와 예를 갖췄다.
지난해 연변에 설립된 「연변해동검도」도장의 수련생들이 한국해동검도협회 회장인 나한일씨를 초빙,승단심사를 받는 광경이다.
해동검도는 이처럼 중국.미국.노르웨이.캐나다등 20여개국에 보급되어 있고,오는 4월에는 카자흐에도 도장이 설립된다.해외수련생만도 4만여명에 달하고 국내에도 1백50여개 도장에 10만여명이 수련중이다.
해동검도란 이름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불과 10여년.짧은 기간이지만 무도계에선 엄청나게 큰 규모로 발전했다.
이처럼 발전하게 된데는 탤런트 나한일씨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해동검도는 대한해동검도협회(회장 金正鎬)와 한국해동검도협회(회장 나한일)로 나뉘어 있다.가르치는 분야도 약간 다른데 「대한」측은 본국검 을 비롯,쌍수검법.예도.장백검법등 고유의 전래검법을 고집하고 있다.
한국측은 이를 약간 변형,70년대 원광(圓光)스님이 창안한 심검도를 가미해 가르치고 있다.
이들 협회는 원래 「대한」으로 단일화되어 있었으나 그동안 갈등을 겪은 끝에 나한일씨와 일부 이사들이 갈라져 분가하게 됐다. 해동검도는 자리를 잡아갈 무렵 대한체육회 산하단체인 대한검도회등으로부터 「검도」명칭 사용중지 요청을 받기도 했다.또 羅씨는 유단자 사칭등을 이유로 고소당하기도 했다.결국 무혐의처분을 받았으나 반목은 이후에도 계속됐었다.
수년전에는 MBC-TV의 주선으로 해동검도와 대한검도간의 진검대결이 벌어질 뻔했었으나 대한검도회측의 불참으로 피를 볼 뻔한 대결은 무산됐고,오히려 해동검도의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요즘은 「대한」과 「한국」모두 저마다 경기규칙 을 만들어 생활체육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546)2889(대한),(508)1491(한국).
〈金基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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