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26.美 첼시市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91년말 미국동부 매사추세츠州의 조그마한 도시인 첼시市 법정에 2명의 시장이 피고인으로 세워졌다.
도시 「파산」전 15년동안 市행정을 잘못 끌어온 전임시장 4명중 2명이다.마피아로부터 선거자금을 받거나 불법도박을 허용한이들의 비리가 뒤늦게 美연방수사국(FBI)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결국 짐 미첼(60)前시장은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으나1년간 복역해야 했고 톰 놀란(50)前시장은 불법으로 슬롯머신을 허가한 사실을 인정,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마피아에 불법 슬롯머신을 운영하도록 눈감아주고 뇌물을 받은 경찰관 5명은 철창신세를 져야 했다.
사건의 발단은 市가 공무원 봉급을 더이상 주기 어렵게 되자 91년9월 州정부에「파산」신고를 내면서 시작됐다.인근 보스턴市를 비롯해 매사추세츠州의 모든 언론이 이 사건을 연일 대서특필했고,이를 본 사람들은『한심한 시장들』이라며 혀를 찼다.
첼시市는 60년대까지만 해도 부유층이 많이 사는 도시로 주변의 부러움을 샀던 곳이다.그러나 가난한 중남미계 이민자들이 대거 몰려온 70년대들어 항구를 중심으로 마약거래가 성행하면서 市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때 호황을 주도했던 미국 굴지의 정유회사 5곳이 골칫거리로변한 것도 이맘때였다.정유탱크와 트럭등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바다와 거리등 주변환경을 오염시켰다.한번 파괴된 환경을 정화하는데 어림잡아 5백만달러(약 40억원)가 들어 市 에서는 엄두를못냈고 다른 기업들이 이 도시에 오기를 꺼렸다.
부유층은 도시외곽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이들은 보다 나은 생활환경을 찾아 나섰고 가난한 이민자들을 위해 세금을 낼 수는없다고 생각했다.市 전체의 세입이 줄어든 것은 당연했다.
결국 첼시市가 파산에 이르게된 책임을 묻게됐고 그 책임의 초점은 전임 4명의 시장들에게 돌아갔다.
32세의 나이로 76년에 당선된 조엘 프레스먼시장은 6년간 세차례에 걸쳐 연임했다.시민들은 변호사출신인 그가 재임중 주택.백화점등 건물을 많이 짓는 것을 보고 능력있는 사람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91년 그의 비리가 수사기관등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경악했다.그는 빈땅을 개발하려는 기업.개인들로부터 돈을 받는등 권력을 남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이들의 재정능력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는 것이다. 두번째 시장인 미첼은 선거자금을 마피아로부터 받았다.그대가로 불법도박.매춘영업을 이들에게 허가했다.또 그는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서장을 해고하는등 市공무원들을 원만히 끌고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거때 그에 대한 지지세력과 반대파가 반반으로 갈리자 그는 『많은 사람에게 직업을 주겠다』는 말로 위기를 넘겼다.그가 2년의 임기를 마치고 다음 시장에게 남긴 市 부채는 5백만달러(약 40억원)였다.
세번째인 후임 놀란 시장은 빚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모르고시장출마에 나섰다.그의 당선은 전임시장에게 혼이 난 유권자들의반발심 때문이었다.
놀란시장도 불법으로 슬롯머신을 허가했다.그는 市의 적자규모를알고 州정부에 손을 벌렸고,州정부는 다달이 갚는 조건으로 첼시市에 5백만달러를 빌려주었다.州정부에서는 市의 형편이 어렵다고여겼지 망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네번째 시장인 존 브레넌(50)은 바텐더 출신이다.그가 당선된 이유는 시민들의 자포자기성 투표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한번 기울기 시작한 市재정을 제자리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그는 빚이 쌓여가는데도 『괜찮다』며 시민들에게 사실을감추었다.다만 州에서 꿔온 돈으로 경찰.소방서직원.교사등 공무원들의 봉급은 꼬박꼬박 지급했다.반면 거리청소. 도로보수.눈치우기등 도시 서비스기능은 등한히할 수밖에 없었다.
빚더미가 늘어가던 91년 9월 공무원 봉급을 지급하지 못하게되자 市정부는 급기야 州정부에『도와달라』며 긴급지원을 요청,사실상 파산신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州정부는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채고 전면조사에 들어갔다. 시장을 대신하는 재산관리인(Receiver)이 州에서 파견됐고 市의 누적적자 6백만달러(약 48억원)는 단계적으로 갚아나가기로 하고 일단 급한 불은 껐다.
두번째 재산관리인인 루이스 H 스펜스(48)는 92년부터 올4월까지가 임기다.그는 『더이상 민선시장을 원치 않는다』는 시민들의 여론을 바탕으로 市의회 구성을 골자로 한「市 헌장」을 새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4월이후에는 市의회가 市관리인(City Manager.임명시장)을 뽑아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인근 도시들로 이어지는 도로.항만시설 이용료 30만달러(약 2억4천만원)를 20년간 받기로 한 첼시市는 시간이 흐르며 재정상태가 나아지고 있다. 각급학교를 새로 짓고 도로포장.쓰레기처리.하수처리등 공공서비스가 늘어나며 다른 도시로 빠져나갔던 중산층들이 들어오고 있다.아직은 보스턴市에 인접해 있어 집값.물가가 싸고 교통등에서다른 도시보다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시 법무관 크리스텐 R아프가(47.여)는 『첼시市가 한국의 지방자치제에 교훈이 된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매사추세츠=金起平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