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50년 만에 좌파 정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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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알바로 콜롬 카바예로스(56) 과테말라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정식 취임했다.

그는 1954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원한 쿠데타에 의해 축출된 야코보 아르벤스 대통령 이후 50여 년 만의 좌파 대통령이다. 하지만 여타 남미 국가의 급진 좌파와 달리 온건한 중도 좌파로 알려져 있다. 아르벤스가 쫓겨난 이후 좌파 반군의 대정부 투쟁이 시작되면서 과테말라는 35년간 피 비린내 나는 내전에 시달렸다. 경제도 결딴났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과테말라 전체 인구 1300만 명 가운데 56%가 하루 1달러 미만의 생활비로 살아가는 극빈층이다.

 96년 정부와 반군 간 평화협정 체결로 내전이 종식되면서 경제가 다소 안정되기 시작했다. 최근 2년 연속 경제성장률이 5%를 넘었다. 2005년 2억2680만 달러이던 외국인 투자도 지난해 5억3580만 달러로 늘었다.

  카바예로스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섬유회사를 여럿 경영한 경험이 있다. 91년 경제차관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여 7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임기 4년 동안 매년 최소 6%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고 표방했다.

  카바예로스는 취임 직후 “마야의 얼굴을 한 사회 민주주의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유엔에 의하면 내전으로 20만 명 이상이 죽거나 실종됐다. 이 중 대부분은 전체 인구 중 43%를 차지하는 마야 인디오다. 하루 16명꼴, 한 해 5000명 이상 살해될 만큼 심각한 범죄 문제도 풀어야 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카바예로스의 개혁은 국내총생산의 12%에 그치는 세금 징수율을 높이는 것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가난 및 범죄와 싸울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카바예로스가 남미의 반미 좌파 3인방인 베네수엘라·볼리비아·에콰도르와 달리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AFP 통신은 “120만여 명의 재미 과테말라인들이 보내는 연간 4억 달러의 현금이 과테말라 경제를 떠받치는 최대의 자산”이라고 전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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