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변 강국 끌어안기 ‘해빙 외교’ 총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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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운데 안경 쓴 사람)가 13일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 중국 당국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싱 총리는 후진타오 국가주석,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과 만날 예정이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중국이 주변 대국들을 끌어안는 ‘해빙 외교’ 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말 대중 온건파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를 환대했던 데 이어 13일에는 대외 개방 노선을 걸어온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처음 초청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선 평화로운 주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포석이다.

 ◆인도 총리 5년 만에 초청=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전 총리가 2003년 중국을 방문한 이후 처음이다. 싱 총리로서도 2004년 총리 취임 이후 처음 중국 땅을 밟았다. 싱 총리 부부는 13일 카말 나스 통상장관 등 정·재계 대표단을 이끌고 2박3일의 일정을 시작했다. 싱 총리는 올림픽 주 경기장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14일에는 중국 권력 서열 1위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과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상무위원장이 76세의 고령인 싱 총리를 환대할 예정이다. 싱 총리는 15일에는 중국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세계 경제 속의 중국과 인도’라는 주제로 특강한다.

 싱 총리는 이번 방중 기간에 적극적인 우호 활동도 펼친다. 인도는 1938년 항일 투쟁을 하고 있던 중국에 의사 5명을 파견한 적이 있다. 이를 기념해 양국 의료진 20명으로 구성된 공동 의료팀이 발족되는데, 싱 총리는 원자바오 총리와 함께 참가할 예정이다. 싱 총리는 또 원 총리와 철도·주택·지구과학·토지자원관리·전통의약 등 5개 분야에서 양해각서를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 여부와 무역 불균형 완화 문제도 논의할 전망이다. 양국의 교역액은 지난해 370억 달러에 달했으며 2010년까지 무역액을 40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중·인 화해 무드 고조되나=싱 총리의 이번 중국 방문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육상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최고의 해빙 무드가 조성된 가운데 이뤄졌다. 싱 총리의 이번 방중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국경 문제 협상이다. 두 나라는 3500㎞에 걸쳐 국경선을 맞대고 있으며 62년에는 전쟁을 치렀다. 싱 총리는 중국 방문에 앞서 신화통신과 이례적으로 회견했다. 싱 총리는 이 자리에서 “양국이 국경 문제를 전략적 목표로 삼고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미국과도 적극 대화=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후쿠다 총리의 중국 방문으로 대일 관계가 전례 없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에 비교적 호의적인 후쿠다 총리를 중국 지도부가 총출동해 환대함으로써 양국 지도자 간의 신뢰 관계를 상당 부분 회복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최근 키티호크 항모의 홍콩 입항 거부 사건으로 서먹해진 미국과도 대화에 나섰다. 13일에는 티모시 키팅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제5차 미·중 전략대화도 17일부터 개최된다.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수석 부부장(차관)이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 일행을 맞기로 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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