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여성들의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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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도 투표권을 달라!"

100년 전 서구에서 벌어졌던 여성 참정권 투쟁이 서울 한복판에서 재연되고 있다.

101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YMCA(이하 서울Y)가 전체 회원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회원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아 여성 회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서울Y 이사회는 오는 28일 101차 총회를 열기로 하고 최근 1400여명의 남성 총회원에게 총회 개최 여부와 투표 관련 자료를 발송했다. 그러나 간사 등 활동가를 포함한 여성회원의 경우 단 한명에게도 총회 참석 자격과 투표권을 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서울 YMCA 여성회원 74명은 지난 11일 서울지방법원에 서울YMCA 이사장을 상대로 '남녀 구분없이 자격 요건을 가진 회원들이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지의 '총회 의결권 가처분 신청'을 냈다. 또 지난 1월 6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여성 회원들에게도 참정권을 인정해 달라'는 요지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서울Y는 여성회원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2월 열렸던 100차 총회에서 '남녀가 동등한 선거.피선거권을 갖는다'는 결의서를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이사회는 관행을 이유로 올 총회도 '남성만의 잔치'로 강행할 태세다.

서울Y는 매년 2만원의 회비를 납부한 회원 중 만20세 이상의 기독교 세례를 받은 사람에게 총회원 자격과 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Y개혁재건회의 이정주 공동대표는 "여성에게는 회비 납부 등의 의무만 부여하고 아무런 권한을 주지 않는 것은 남존여비의 봉건적 작태"라고 비판했다.

매년 회비를 납부하는 서울Y의 회원은 약 4만명으로 이 중 60%가 여성이다. 이들 가운데 최소한 2000명 이상이 총회원 자격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서울Y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Y지부는 여성 회원들에게 참정권을 주고 있다. 한편 강태철 서울Y회장과 박우순 이사장은 여성 참정권을 제한하는 사유를 묻자 답변을 거부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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