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복제 神이 시켜도 거부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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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자에 체세포를 주입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황우석 교수

"우리는 인간 복제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인간 생명을 구하려는 겁니다. 인간복제는 설령 신이 요구하더라도 거부할 겁니다."

황우석 교수가 국내외에 촉발된 생명윤리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단호한 어조였다.

"2년 전 병원에서 신혼부부를 만났습니다. 대학 등산 서클에서 만나 결혼해 신혼여행으로 설악산 기념 등반을 갔다가 남편이 실족해 하반신 마비가 됐습니다. 하룻밤밖에 같이 안 지내본 부인이 5년째 직접 남편의 소변을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黃교수는 아직도 그 장면이 떠오르는 듯 기막히다는 표정이다.

"척추신경 마비가 된 이 남자를 지금 의학 기술로는 고칠 수 없습니다. 난치병은 환자 자신의 행복만 앗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의 행복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게 만듭니다. 제 연구가 성공하면 이 남자의 체세포를 복제해 하체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체세포를 이식할 수 있습니다."

거듭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黃교수의 신념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 사람이 일어나 움직일 수 있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과학적 성과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의 귀에서 세포를 하나 떼내 신경줄기세포를 복제해 행복을 찾아주는 것이 비윤리적입니까."

그러나 黃교수 역시 자신이 인간 복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유엔 등 국제적 차원에서 세분화된 생명윤리 법안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그렇지만 복제기술로 치료용 세포를 만드는 과정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습니다."

黃교수는 독실한 불교신자다. 매일 오전 4시면 일어나 대중목욕탕에 들른 뒤 국선도 수련장에서 40분간 명상을 한다. 6시30분이면 연구실에 나온다.

"때로는 하고 있는 일과 종교 간에 모순을 느끼는 연구원도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우리끼리도 이 문제에 대해 자주 토론합니다"고 黃교수는 귀띔한다.

복제동물을 만들면서 가장 두려웠을 때는 뇌 대신 물이 차 있는 무뇌 동물이나 심장 판막이 없는 동물이 태어난 경우라고 한다. 그때마다 黃교수는 인간이 하는 일의 불완전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설령 이 기술이 완벽에 도달하더라도 인간복제에 대해선 반대합니다. 인간은 개별적이고 독특한 존재입니다. 세상에 두 사람의 황우석이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黃교수는 돼지의 비명과 분뇨 냄새로 가득 찬 우리 안에서 이식수술을 하며 힘주어 말했다.

"사람의 장기에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생명을 구할 겁니까.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이 수술이 의미가 있는 겁니다. 전 이 냄새도 아주 좋습니다. 은퇴할 때까지 계속할 겁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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