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入北허용 眞僞 아리송-방콕여행사 모집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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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오는 4월말 개최되는 평양국제체육문화축전에 남한 사람들을 초청하겠다고 밝혀 그 진의가 궁금증을 낳고있다.
방콕의 북한관광 알선업체인「메릴랜드 트래블서비스」(歡樂旅行社)는 최근 태국 영자신문 네이션紙에 북한관광 광고를 통해 북한은 오는 4월25일~5월1일 열리는 평양 축전에「국적에 관계없이 미국인.일본인.한국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한다」고 밝혔다.영문으로 「South Korean」이라고 명기한 것이다.
이번 광고와 관련,가장 큰 의문점은 과연 이같은 내용이 평양당국의 진의를 반영한 것인지 여부.
특히 여행사측과 방콕의 북한 대사관측은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어 더욱 아리송하다.
여행사측은 31일 광고내용의 진의를 확인하는 질문에 대해『우리는 평양 관광총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태국내 북한여행주선기관으로 한국인은 물론 누구라도 입북(入北)비자 신청이 가능하며 축전기간중 평양을 방문할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태국주재 북한대사관측은『이 문제는 대사관이 직접 관장하지 않기때문에 잘 모르겠다』며『남쪽에서 북조선에 가려는 사람은한국정부의 승인부터 먼저 받아야 될 것』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이번 광고에서 사용한 남한인이라는 표현도 해외에서 그나라국적을 취득한 한국계 인사를 지칭하는지 또는 순수 남한인도 포함하는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분명치 않다.
이에대해 방콕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행사측이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같은 표현을 자의적으로 광고문에 사용토록 했을지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북한은 평양축전 사업을 크게 노동당→관광총국→고려민족산업발전협회→주재국 대사관→해외여행사등 5단계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같은 복잡한 추진 과정으로 인해 평양의 진의가 조금씩 왜곡.전파될 소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 광고가 북한 지도부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면 북한 체제의 개방성을 과시하는 동시에 남한 인사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여 남한내부를 교란하기 위한 2중포석이라고 보고있다.제2의 임수경(林秀卿)사건을 유도하려는 노림수일 가능 성을 배제할수 없다.
우리 정부는 北의 이같은 2중전략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있다.이미 정부가 수차례에 걸쳐 북한의 개방을 바란다고 천명해놓은이상 북한의 평양축전을 대놓고 반대할 명분도 없다.그렇다고 지금처럼 남북 당국간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당국 을 배제한 해외동포의 평양行을 환영할 수만도 없기 때문이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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