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째 엉뚱한 곳서 3·1 만세시위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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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전날 개최되는 '아우내봉화제'가 26년째 엉뚱한 곳에서 열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관순연구가 임명순(任明淳.57.천안 사직동)씨는 "유관순 열사 주도의 만세 시위가 일어난 충남 천안 병천면의 원래 아우내 장터는 현재 장터에서 3백여m 떨어진 곳에 있었다"며 "1920년대 중반부터 새로난 길(현재 국도 21호) 가까이로 장터가 옮겨졌다"고 밝혔다.

任씨는 또 "1911년 제작된 일제때 지적도에 따르면 옛 장터는 길(道)로 표시되어 있다"면서 "당시 5일장이 서는 장소를 달리 표시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폭 20m가 넘는 넓은 길이 '시골'병천에 있을 리가 없다는 게 任씨 설명이다. 반면 현재 아우내 장터는 당시 지적도에 밭(田)으로 표시되어 있다. 병천 토박이 김준기(72)씨는 "어릴적부터 '구(舊)장터'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任씨는 "석재가공업체 옆 논이라도 매입해 아우내 만세시위가 시작됐던 자리임을 알리는 표석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천안시는 84년 아우내 장터 표석을 실제 장터와 1km쯤 떨어진 한나라당 중앙연수원 근처에 세웠고 지난해는 아우내 문화원 앞에 또 다른 기념물을 건립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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