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출신들 청와대 이어 통합신당·자유신당까지 정치판 얼굴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0일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이회창 전 총재와 함께 한나라당 출신 정치인들이 정치권 삼분지계(三分之計)를 이루게 됐다.

손 대표는 지난해 3월 “독재 잔재”라는 독설을 퍼부으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그해 8월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했다.

10일 가칭 ‘자유신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총선 행보에 나선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과 그 전신인 신한국당 간판을 달고 두 차례 대선에 나왔다.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 출신이 또 다른 보수 정당인 자유신당은 물론 중도 진보를 표방하는 신당의 얼굴이 된 데 대해 “정당정치 발전”이란 긍정적 분석과 “일시적 현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연세대 김기정(정외과) 교수는 “과거 지역적 이해에 따라 한나라당에 몰려 있던 세력이 이념적 정체성을 좇아 가는 과정”이라며 “지역 정당에서 벗어나 전국 정당으로 나아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손 대표는 대표 선출 과정에서 진보 성향의 ‘386’ 및 수도권 출신 의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었다.

이 전 총재는 대선 과정에서 ‘실용’을 강조한 이 당선인과의 차별화를 꾀하고자 ‘안보 보수’ 노선을 걸었었다.

반면 성균관대 김일영(정외과) 교수는 “충청 출신의 일부 신당 의원과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의 대규모 이동이 예상되는 만큼 지금 구도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며 “현시점만 놓고 봤을 때 신당이 외부에서 수혈한 손 전 지사를 대표로 뽑은 것은 정당정치에서도 중도 진보의 실험이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