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김양건 대화록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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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18일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평양을 방문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주고받은 대화를 정리한 대화록이 공개되자 정치권에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에선 10일 김 원장의 방북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제2정조위원장(통일·외교 담당)인 정문헌 의원은 “정보 책임자인 국정원장이 대선 직전 방북해 북한에 우리 쪽 정보를 줄줄이 불러준 것과 다름없다. 부적절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의원은 “북한은 이명박 당선인이 대북 정책을 어떻게 이끌지 분석하고 있는 것 같다”며 “(김 통전부장의 발언으로 볼 때) 북한은 여전히 우리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은 방북 경위를 따지기보다는 김 통전부장의 발언에서 나타났듯이 북한이 남북 관계 지속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목희 의원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가 이행되기를 바라는 북한이 향후 전망을 궁금해 해서 만났다면 문제는 없다”며 “대선 하루 전엔 대선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는 만큼 만남 자체를 꼬투리 잡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의원도 “북한이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새 정부는) 지난 10년 햇볕정책의 성과를 감안해 정책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발언록이 새어나간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수위에선 대화록 유출 경위를 조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간사단 회의에서 “유출 경위에 대해 철저한 내부 조사를 벌이는 한편 이번 문건을 다룬 인수위·국정원 관계자에 대한 보안감사를 해 달라고 국정원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위에서 유출됐다고 예단할 수 없지만 인수위 관계자가 개입했다면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보도된 내용은 사실”이라며 “국정원이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추가 보고해 달라는 인수위의 요청에 따라 담당 인수위원에게까지만 보고가 됐다”고 설명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대화록에 담겨 있는 대선 이후 북한의 입장을 분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상회담 등 노무현 정부 말기에 이뤄진 각종 남북 합의는 북한이 현 정부보다는 새 정부를 의식하고 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며 “(김 원장과 김 통전부장 간 대화 내용을 볼 때) 북한의 기본적인 판단은 이런 합의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채병건·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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