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겸영은 세계적 추세 … 다음 국회서 법안 꼭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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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미디어 정책을 만든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정병국(사진) 의원은 10일 “신문·방송 겸영(兼營) 허용 기조가 흔들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겸영 허용은 특정 언론을 위한 당근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에 맞춰 미디어 시장을 정상화하는 일”이라고 강조한 뒤 “일부 세력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숱한 토론을 거쳐 당론으로 확정된 사안인 만큼 타협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여론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견제 장치는 반드시 두겠다고 밝혔다. 공영방송 개혁도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2004년부터 한나라당 언론발전특별위원장을 맡아 왔으며, 2006년 12월엔 신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현재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직도 맡고 있다. 이에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8일 신문에 각종 규제를 가해 온 현 신문법을 폐지하고 신문·방송의 겸영 제한을 풀기로 결정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노무현 언론정책’의 상징인 신문법이 용도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우린 언론을 산업, 언론자유 신장, 대국민 서비스라는 세 측면에서 보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이 중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오로지 코드 맞는 몇몇 언론을 중심으로 시장 재편을 하려 했다. 그것이 저항에 부닥쳐 5년간 싸움만 하다 끝났다. 여론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음은 물론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다. 언론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할 것이다.”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게 된 계기는.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하는 시대 상황에서 신문·방송·통신 간 교차 소유를 막을 명분이 없다. 세계 트렌드나 시대 정신과도 맞지 않다. 일부 반대도 예상되지만 밀어붙일 것이다. 다만 여론 독과점을 막을 기본 장치는 둔다.”

 -기본 장치란 무엇을 말하는가.

 “유력한 안은 전국 일간지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는 신문사는 방송(지상파 방송과 보도·종합편성 채널)을 소유하지 못하고 지분을 가질 때도 20%를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선진국 중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프랑스의 예를 참조했다. 신문법 개정안 발의 시 당론으로 채택된 부분이다. 바꿔 말하면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지 않으면 방송을 소유할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도 방송법의 제한은 받는다.”(※현 방송법은 지상파 방송이나 보도·종합편성 채널의 경우 한 사업자가 30% 이상의 지분을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겸영이 허용되더라도 30% 이내에서만 이들 방송사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

 -현재 점유율 20%를 초과하는 신문사가 있는가.

 “문화관광부 통계나 자체 조사 자료를 분석할 때 가장 점유율이 높은 신문사의 비율이 17% 남짓으로 알고 있다. 이는 신문 시장의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 지상파와 보도·종합 채널 쪽을 다 푼다는 얘기인가.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아 지상파 쪽은 어렵다고 판단한다. 아마도 겸영 허용은 보도나 종합 채널, IPTV(인터넷 방송) 같은 뉴미디어 쪽에 해당될 것이다. 단 디지털화로 채널 수가 늘어나면 지상파 겸영 문제도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방송 개혁은 어떻게 진행되나.

 “1980년 신군부 독재가 만든 기형적인 ‘다(多)공영 1민영’ 체제를 해체할 것이다. 이를 공공성 때문에 유지해야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야당 시절엔 고쳐야 한다고 부르짖다가 집권 후에는 공생의 달콤한 맛에 빠져 왔다. 공영이 공영다울 수 있고 방송 시장이 제자리를 잡도록 그 고리를 끊을 것이다.”

 -개혁은 어떤 순서로 진행되나.

 “당장은 방송통신융합법 통과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번에 꼭 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시켜야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현 국회 구조에서 신문법·방송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기는 힘들다. 이 부분은 총선 이후 6월이나 9월 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다.”

이상복·이가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신문·방송 겸영=신문사가 방송사를 소유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 현재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은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 채널, 보도 채널의 지분을 가질 수 없다. 뉴스 매체의 본령인 뉴스를 제외한 드라마·오락·다큐멘터리 채널만 운영할 수 있다. 겸영 금지는 신군부 언론통제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이후엔 방송사 노조와 언론단체의 지지 속에 유지돼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어디에도 신문·방송의 교차 소유를 막는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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