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손학규 통합신당 대표 선출 … 이해찬은 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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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61·사진) 전 경기지사가 10일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로 선출됐다. 1차 투표에서 당 중앙위원회 참석 인원 306명 중 과반수인 164명의 지지를 얻었다. 손 전 지사와 경합한 우원식 의원은 55표, 김호진 당 쇄신위원장은 46표를 얻는 데 그쳤다.

 손 대표는 취임사에서 “국민이 주인이 되고, 사람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진보를 만들어 가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1월 11일자 4면 보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를 선출한 신당의 앞날은 그러나 축배를 들 분위기가 아니다.

 손 대표가 뽑힌 직후 당 안의 친노(친노무현) 그룹 구심점인 이해찬 전 총리는 “손 대표가 오랫동안 정당 생활을 한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의 정치 성향은 제가 추구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는 말을 남기고 탈당했다.

 손학규·이해찬 두 사람의 엇갈린 궤적은 범여권이 다시 분화의 길로 접어들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어쩌면 신당의 구조적 한계일 수도 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신당은 대선용 임시 가건물의 성격을 띠고 있어 대선 이후 노선 분화가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날 이 전 총리의 탈당에서 드러났듯이 친노 진영은 한나라당 출신 대표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연쇄 탈당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분화의 징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 대표 선출 방식에 불만을 보여 온 정대철 고문, 추미애 전 의원, 염동연 의원 등 옛 민주당계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대선 패배 뒤 몸을 낮추고 있지만 정동영 전 후보의 사람들도 손 대표 체제에 순응할지 두고 봐야 한다. 여기다 일부 중진은 ‘제3지대 야권 신당’을 주장하고 있다.

 손 대표가 앞으로 당의 정체성을 바꿔 ‘중도 노선’을 강화할 경우 당내 재야그룹·시민단체 출신들이 반기를 들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세력들이 공존하고 있는 이런 구조 때문에 4월 총선을 앞두고 손 대표를 옹립하는 데 앞장선 수도권 초·재선 그룹 등 당권파가 공천을 주도할 경우 추가 분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

 손 대표의 대통합민주신당 호는 닻을 올렸지만 범여권의 정치 지형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한나라당 내부의 갈등 구조와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4·9 총선은 역대 어느 총선보다 복잡한 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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