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진단>美상원 감군.대화촉구 결의案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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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과 워싱턴에서 남북대화를 끌어내려는 대북(對北)포문이 일제히 열렸다.
현재 진행중인 美의회 청문회에서 남북대화 필요성이 누차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25일(미국시간)엔 美 상하 양원의원 7명이남북대화와 북미합의 후속조치를 연계시키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같은 시간 美외교 실세 스트로브 탈보트 국무부副장관은 서울을방문해 공노명(孔魯明)외무장관과 남북대화 재개가 北-美관계개선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한국정부도 북한의 제의중 8.15경축행사 남북공동개최를 수용하고 준비를 위한 차관급 회담을 역제의하고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는 중이다.
마치 韓-美간 입체적 대북 압박작전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美상원의 프랭크 머코스키스(공화.알래스카州).스카트 매키나스(하원.콜로라도州)의원등이 제출한 결의안은 지난 92년 남북간에 체결된 기본합의서 이행과 北-美핵합의 후속조치 연계가 골격이다. 남북간 병력이동및 훈련 사전통보,비무장지대 병력철수,군지도자간 핫라인 설치 등은 모두 92년2월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겨 있는 내용들이다.결의문은 北-美간 연락사무소 개설에앞서 이같은 기본합의서가 이행돼야 하고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져야한다며 그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얻기위해 美행정부가 적극 개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고위 미국 관리를 대통령 특사로 임명해 북한측과 남북한 긴장완화 방안을 협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90일 이내에 긴장완화 조치 진전상황을 의회에 보고토록 해 클린턴 행정부에는 물론 북한에도 상당한 압력이다.
그 핵심은 물론 남북대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가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이다.
왜 이 시점에서 남북대화가 핫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가.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북미합의 이행조치가 표면적으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데 있다.적어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北-美 연락사무소,폐연료봉 처리,그리고 경수로지원을 위한 양측 전문가 회의 등이 순항하고 있다.또 미국은 北-美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절차로 대북 경제규제 조치를 완화했다.
그러나 北-美합의의 정치적 사안인 남북대화가 지지부진하다.미국측 입장에서도 한국이 경수로지원의 대부분을 부담키로 한 만큼압력을 통해서라도 남북대화의 가시적 틀을 끌어내야만 한다.그렇지 않고서는 한국정부나 한국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일단 북한에 대한 미국의 우회적 압력으로 나타났으며 북한 역시 우회적 명분쌓기의 일환으로「대민족회의」를 들고 나왔다.북한측도 남북대화라는 정치적 사안에 어떤 방식으로든 응답하지 않고는 북한이 원하는 결실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김영남(金永南)외교부장을 통해 남북대화의전제조건을 천명했다.金은 지난 14일자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紙와의 인터뷰를 통해▲김일성(金日成)조문파동에 대한 우리정부의사과▲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주장했다.
따라서 美의회의 결의안 제출과 탈보트 국무부副장관의 서울방문은 사실상 북한에 대한 새로운 압력수단이 될 수 밖에 없다.
북한측이 남북한 긴장완화를 가시화하는 성의있는 반응을 보이지않을 경우 北-美간 합의이행조치에 문제가 돌출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일단 우리 정부가 역제의한 차관급 회의에 북한이 어떤 응답을보내올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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