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세계화 6大과제제시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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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세계화」구상은 지난해 11월에 나왔다.호주 시드니에서다.金대통령은 이때「세계화」를 천명하며 이를 국가발전 전략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그 직후의 파장은 미미해 보였다.고작『세계화와 국제화가 어떻게 다르냐』는 수준의 논란이 벌어지는 정도였다.개념은 좀체로 정리되지 않았고 그이후 민자당 개편방침이 밝혀지자『사람을 자르는게 세계화냐』는 반발이 있었다.
그런「세계화」의 윤곽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열대성 저기압이태풍으로 커가는 듯한 모습이다.金대통령은 25일 민간부문 세계화추진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6대 실천과제를 밝혔다.▲교육▲법질서와 경제질서▲정치와 언론▲행정과 지방▲환경▲문 화와 의식이 그가 꼽은 세계화 추진분야다.이 부분의 생산성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특히 金대통령의 언급중 주목되는 부분은 사법개혁의지 천명이다. 그는『모든 법규범을 세계수준의 선진규범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사법 관행과 제도의 합리화를 위한 개혁이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는 정부 출범초 자체개혁은 하지 않은채金대통령 개혁의「집행자」가 되는 모순을 보였던 사법분야의 개혁을 비로소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이 또한 파장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金대통령의 방침 가운데 시선을 모으는 또 한가지가 정치의 세계화다. 金대통령은 국민통합력 강화를 위해 몇가지의 목표를 제시했다.그러면서『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 미래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국회의원들의 전문성과 직종대표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정치꾼을 위한 정치를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얘기같다.지금의 정계를 활보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말이 가지는「파괴력」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동시에 김 종필(金鍾泌)前대표의 거취문제로 갈팡질팡하는 민자당 상황 역시 정면돌파하겠다는 생각임을 알 수 있게 한다.
金대통령이『언론은 거듭 태어나 정론을 세우는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음미할 대목이다. 金대통령이 천명한 세계화 구상은 공직사회에 가장 먼저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래서『관료적 권위주의형 행정에서 기업가적 서비스 중시 행정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부분도 즉각 구체적인 집행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공무원들은 지방자치의 전면 실시와 더불어 수십년동안 안주한 온실에서 나와 자생력을 갖춰야하는 새로운 환경에로 내몰릴 전망이다.
***공직 自生力 요구 그러나 이날 金대통령의 말로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지금까지 그래왔듯 문제는 실천이라는 지적이다.대통령의 구상이「복지부동」의 벽을 넘어 공직사회의 모세혈관에서 집행될 수 있을 때「세계화」는 비로소 생명력을 갖게된다.생각이 같아야 행동 통일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공감이 중요하나 아직은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도 이날 대통령의 언급 의미를「논쟁의 중지와행동의 시작을 위한 선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두달동안 있었던 개념의 혼동과 표현의 불일치를 총정리하고 구체적인 개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여권에는 앞으로 말보다는 역동성이 강조될 전망이다.또한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차세대 지도자」로의 부상문제도역동성과 실천력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점쳐진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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