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민족회의 왜 제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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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북한간 대화재개를 둘러싼 北-美간 밀고 당기기가 한창이다.워런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은 24일(미국시간) 상원외교위 청문회에서 남북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북한은 오는 8월15일 평양에서 대민족회의를 개최하자고 주장했다.
북한이 24일 제의한 「대민족회의」는 새로운 것은 아니나 김일성(金日成)사망후의 첫 대남(對南)제의로 새 정권의 대남전략방향을 점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정당.단체 연석회의를 주재한 노동당 대남담당비서이자 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장인 김용순(金容淳)은 광복 50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각당.각파.각계.각층의 동포가 모여 조국통일 방도를 확정하자고 주장했다.
대민족회의는 73년6월 김일성이 「조국통일 5대강령」에서 처음 내놓은 방안이다.「북과 남의 각계각층 인민들과 정당.사회단체 대표들로 구성되는 대민족회의」를 열어 통일문제를 논의하자는것이다.따지고 보면 해방이후 김구(金九)선생을 불러 들였던 연석회의에서부터 줄곧 이어져 온 방안이다.전민족회의.민족대회.민족통일협상회의등 여러 가지로 이름을 바꾸어 왔다.
북한이 갑자기 이런 제의를 내놓은 데는 대강 두 가지 배경을짚을 수 있다.
첫번째는 북-미핵합의에 명시돼 있는 「남북대화」를 외면하는 게 아니라는 명분축적용이다.북한은 김일성 사망 이후 대남 비난강도를 계속 높여왔다.심지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화해.협력」을 강조한 것에 조롱과 야유를 보냈을 정도다.남측당국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그렇다고 대화를 계속 거부할 경우 제네바합의를 깼다는 책임을져야 한다.미국측은 남북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네바합의가 이행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북한으로서는 이런상투적 제의라도 해서 책임공방이라도 벌여야 할 처지다.또 한 가지는 해방 50년을 맞아 남한내 통일논쟁에 불을 붙이고 교란하겠다는 의도다.야당의 방북(訪北) 용의 표명과 조문파동 등 남한내에서 번번이 분란을 일으켜 온 협상창구의 다원화문제를 제기한 것이다.특히 광복 50주년 경축행사 개최와 개인적인 참여까지 제의하고 이를 대민족회의에 연계시킨 것도 그런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정부의 고민도 북한의 의도이상으로 이런 제의가 남한 사회에서 일으킬 파장을 우려하는 것이다.특히 이번 제의는 정부당국을 대민족회의 당사자에서조차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측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이 제의를 정면에서 공박하지는 않을 것 같다.금명간 전략회의를 여는등 신중한 검토과정을 거치고 당국간 대화마당으로끌어들이는 노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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