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 재판 본격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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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백인 전처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된 미국의 흑인 풋볼 스타 O J 심슨에 대한 배심재판이 4개월간의 예비심리를 끝내고 23일부터 본심에 들어감에 따라 美전역이 온통「심슨 신드롬」에 휩싸이고 있다.
심슨 재판은 그동안 돈.섹스.폭력이라는 흥미의 3박자가 골고루 갖춰져「세기적인 재판」으로 불리며 미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이제 피고측과 검찰측이 법정에서 맞부딪쳐 유.무죄 공방전을 본격적으로 벌이게 됨에 따라 심리가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 장사진을 치고 있는 취재진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예비심리에서는 일단 검찰측이 판정승을 거두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
검찰이 심슨의 집주변에서 발견한 피묻은 장갑이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장갑의 나머지 한쪽이며 혈액 유전자 감식결과 장갑에 묻은 피가 숨진 심슨의 전처 니콜 브라운의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은 심슨이 결혼생활 내내 아내 브라운을 상습적으로 구타해 왔다는 증언을 확보,이를 본심의 증거자료로 채택되도록 함으로써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그러나 검찰은「확실한 물증」이 아직 없고 정황증거에만 의존하고 있어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앞으로 6개월 정도 예상되는 본심에서 변호인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태세다.그들은 심슨의 집에서 피묻은 장갑을 발견한 수사관은 평소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로「장갑 증거」를 조작했다고 반격하 고 있다.
심슨 재판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서적은 물론기념품등이 날개돋친듯 팔려나가고 있고 심슨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자서전의 판권으로 1백만달러의 선수금을 받기도 하는등 심슨 재판은 이미「상품」으로 변질된지 오래.흑.백간 미묘한 감정대립까 지 겹친 희대의「실제상황」드라마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李元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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