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실업계 교육도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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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이 현재 3년 과정인 실업고의 학제를 재편해 5년제 전문학교를 만들기로 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진학해 실업고와 전문대의 코스를 5년간 연속으로 끝내는 새로운 고등교육 과정을 도입하는 것이다. 졸업생들은 ‘준(準)학사’ 학위를 받고, 대학 교육을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8일 효율적인 기술인력 육성을 위해 고교 3년 과정과 전문대 2년 과정을 연결한 5년제 전문학교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시행 방안을 만들 계획이다. 2011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도입 배경=일본에서 공고·상고·농고 등 실업고의 입학 지원자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3년 과정을 마친 뒤 사회에 진출해도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전문 지식과 기술이 부족해 취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28만 명이 실업고 졸업 후 다시 전문학교에 진학했다. 그만큼 기술 인력의 사회 공급이 늦어져 기업들은 고급 기술의 인력난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우 만성적인 인력 부족 현상이 빚어지면서 IT 인력이 풍부한 한국·인도 등에서 매년 취업자를 ‘수입’하고 있다. 고급 기술 인력을 해외에 파견해 기술을 가르치던 기술 수출국이 이제는 일부 분야에서 외국의 기술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고교 3년 과정과 전문대 코스를 묶어 전문기술 교육을 강화한 5년제 전문학교를 도입하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학제 파괴=우선 3년 과정인 공고·상고·농고 등 공립 전문고교는 하나로 통합된다. 3년 동안 기본 과정을 배운 뒤 4~5년 때는 전문대 코스에서 심화 과정을 공부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공업·상업과 같은 기본 과목에 서비스업·의료·스포츠 등 다양한 실용 과목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5년제 전문학교 도입이 가능하도록 현행 ‘6·3·3·4년’ 학제를 정비하고 있다. 현행 학제는 너무 경직적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우수 학생이 월반하거나 조기 진학할 길이 막혀 있다. 실업고를 졸업한 뒤에도 다시 시험을 보고 전문학교에 진학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이를 고쳐 실업고를 졸업한 뒤 전문학교 과정을 공부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학제를 개편해 통합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기대 효과=일 정부는 직업 교육이 지금보다 훨씬 충실해지고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 과정이 처음부터 5년으로 짜여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실업고와 전문학교 교육과정이 체계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고, 사회에선 불필요한 내용이나 과목을 배우는 경우도 많았다.

일본의 교육 전문가들은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사회에 진출한 뒤 필요한 전문지식 사이의 괴리가 너무 컸다”며 찬성하고 있다. 다만 저출산으로 학생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5년제 학교가 도입될 경우 학생을 뺏길 것을 우려한 기존 전문학교들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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