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공정거래위 축소로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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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 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기로에 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벌이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에서 공정위 축소 방안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는 등 대기업 규제를 풀기로 한 만큼 공정위 조직이 지금처럼 유지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며 “경제부처 통폐합 과정에서 위원장이 장관급인 현 공정위 조직을 축소하는 방안에 대한 막바지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를 축소할 경우 참고할 수 있는 모델로 거론되는 것은 1994년까지의 형태다. 81년 설립된 공정위는 94년까지 경제기획원 산하에 있었고, 위원장은 차관급이었다. 그 뒤 공정위는 경제기획원에서 분리 독립돼 장관급 기구로 격상됐고, 지금은 국무총리 소속의 독립기관으로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재경부와 예산처 기능을 통합하고 공정위를 그 아래에 두자는 얘기도 있으나, 통합 부처가 너무 비대해지는 만큼 공정위를 차관급 조직으로 격을 낮추고 슬림화하되 독립성은 유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핵심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축소론의 배경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철학과 맞닿아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있는 대기업은 마음껏 뛰게 하고 중소기업은 정부가 지원한다는 것이 이 당선인의 철학이고 그 연장선에서 정부조직 개편의 방향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년간 대표적 재벌 규제기관으로 인식돼 온 공정위 축소는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라는 이명박 정부의 색깔을 보여 주는 상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축소론이 공정위 기능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장 법률사무소의 신광식 고문은 “대기업 규제는 그만둬야 하지만, 정부의 시장 감시 기능은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공정위 조직의 전문성과 독립성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정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 규제를 담당하는 곳은 기업집단팀이 소속된 시장분석본부로 7개 본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인원은 공정위 전체 직원 500여 명 가운데 30여 명이다.

 일단 공정위는 발 빠르게 ‘친기업’으로 선회하고 있다. 출총제 폐지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조사방식이나 관행에서 기업들에 부담을 주는 대목이 있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업무보고 때 인수위로부터 “기업을 상대하는 공정위의 고압적 자세에 문제가 많다”고 비판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어떤 식으로든 공정위 앞에는 큰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이상렬·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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