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6000여 가구에 초등교 하나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인근에 학교가 부족해 불편이 이만 저만 아닙니다. 하루 빨리 초.중.고교를 세워 주세요."

대구시 달서구 파산.호림.파호동 일대 주민들이 학교가 부족하다며 인근 삼성상용차 부지(공업용지)에 초.중.고교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21일 삼성 한국형 아파트 옆 공원에서 남부교육청 등에 학교 신설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지난해 11월 초.중.고교 설립추진위를 만든 이후 수시로 집단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일대 주민은 1999년 이후 입주한 삼성 한국형.명가 등 아파트 3700여가구와 단독주택.빌라.원룸 2000여가구 등 6000여가구. 그러나 인근에는 파호초교 하나 뿐이다.

파호초교는 2000년 3월 개교 당시 32학급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초 55학급(2054명)에 이어 오는 3월 58학급(학급당 36.8명, 총 2136명)으로 늘어난다. 이는 남부교육청에선 최대 규모의 학교다.

교육부의 초교 신설기준이 '36학급 이하'여서 파호초교가 얼마나 큰 학교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학생 수가 늘어나자 학교 측은 지난해 10개 교실을 증축하고, 올해는 태권도실(2칸).직원휴게실을 없앴다.

음악실.공작실.미술실 등 특별교실과 식당 등이 없어 진 지 오래다.

또 지난해 증축한 10개 교실은 복도를 사이에 둔 접(接)교실이어서 복도.계단이 비좁아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편이다.

파호초교 성달경(60)교감은 "학생 수가 너무 많아 안전.교육상 어려움이 많다"며 "학교를 빨리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또 자녀가 다니는 신당.와룡중, 성산.경원.와룡고 등이 2㎞ 이상 떨어져 있어 통학에 불편이 많다며 중.고교 신설도 요구하고 있다.

주민 대표 정시흥(65)씨는 "올 상반기 삼성상용차 부지 1만2000평을 학교부지로 지정받아 교육청이 학교 신설에 나서더라도 2006년에야 개교가 가능하다"며 학교부지 조기 지정을 요구했다.

남부교육청 주진욱(40)관리계장은 "성서로 유입이 많은 성주와 서재 지역에도 인구가 늘고 있어 학교 설립이 시급해 시교육청에 대책을 요구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시 최삼룡(43)경제정책과장은 "삼성상용차 부지 18만2000평 가운데 1만2000평을 학교부지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삼성상용차 부지에 학교가 개교하려면 상당 기간이 걸린다는 점.

지난해 10월 법원 경매에서 삼성상용차 부지를 낙찰받은 대구시는 이곳에 첨단기업 유치를 추진중이다.

남아 있는 공장 설비를 매각하고 도로.학교 용지 확정을 위한 개발계획이 끝나려면 빨라야 연말쯤 가능하기 때문이다.

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