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페소貨 폭락-국제경제 여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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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유수의 경제예측기관들은 올해 세계경제의 날씨가 활짝 갤 것으로 보는데 이의가 없었다.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3.6%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도 회원국들의 성장률이 지난해에 이어 3%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달 19일부터 촉발된 멕시코의 페소화 대폭락사태로사정이 달라졌다.멕시코의 금융위기는 인접 중남미 국가로 번졌고재정적자 누적과 정치불안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탈리아와 스페인.스웨덴 통화의 동반하락은 유럽연합(EU)의 경제.통화통합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게다가 13일 환율과 주가폭락 조짐이동남아시아 신흥시장으로까지 확산되자 신흥시장과 유럽 일각의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경제회복 기류에 찬물을 끼얹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경제 분석가들은 국제적인 자금부족사태가 초래될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멕시코사태로 인해 90년대초 중남미와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몰렸던 국제투자자금이 선진국시장으로 환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이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 어렵게 된다면 외채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추구해온 멕시코 등의 중남미 신흥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자금부족사태는 아시아 신흥시장에도 먹구름을 몰고 올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90년대초부터 시장개방과 경제자유화를 강력하게 추진해오면서 엄청난 규모의 사회간접시설투자를 해왔다.신흥시장에대한 자금유입이 끊긴다면 이들 국가의 경제에도 큰 충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중남미.아시아 신흥시장의 경제성장 둔화와 유럽의 환율체계 혼란은 결국 선진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쳐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멕시코사태가 세계경제의 흐름을 뒤엎을 만큼 악화되지는않을 것으로 보는 경제학자들도 만만치 않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미국.일본.독일등 선진국 경기가 세계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이 빠른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안정돼 있다는 점은 경기활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가 멕시코 사태의 파국을 결코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낙관론의 근거다.멕시코의 파멸은 곧 클린턴행정부가정력적으로 추진해온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멕시코 금융위기의 파장이 세계적인 경기후퇴로까지 악화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신흥시장과 유럽의 통화체제에는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지난해에 이어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남미와 아시아 일부 신흥시장에 대한 경제예측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鄭耕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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