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포차’의 절정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3호 33면

기자들의 식탁 -청담동 락락(樂樂, Knock Knock)

겨울 해가 졌다. 거리엔 어둠, 그리고 종종걸음으로 지나는 사람들. 넘치는 뉴스 속에 지친 몸이 익명으로 가득한 거리를 지난다. 찬바람 속에 문득 그리운 이들. 소주 한잔 앞에 놓고 살을 부대끼며 인생을, 그리고 세계와 우주를 호기 있게 떠들 수 있는 벗들 말이다. 이럴 때 발걸음을 향하는 곳이 서울 청담동에 있는 락락(樂樂, Knock Knock)이다.

청담동. 이름만큼 우아한 동네다. 하지만 장식이 실질을 누르고, 질보다 가격이 과도한 동네라는 선입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락락은 실질과 가격 모두가 정직하다. 그리고 가게 이름처럼 즐거움이 배어난다.

우선 들어서면 평면이 아닌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독특한 실내 배치가 지극히 모던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술 마시기 좋은, 고전적인 분위기가 넘쳐난다. 젊은이부터 중년까지 누구나 부담이 없는 느낌이다. 좋은 술을 즐겁게 마시기 위해 배려한 느낌이 확 든다. 이곳에선 증류식 소주인 화요를 마실 수 있다. 가게 이름의 부제가 ‘코리안 비스트로& 화요 바’이다.

화요(火堯)는 멋들어진 도자기를 만들어온 ‘광주요’의 조태권 회장이 ‘한국 소주를 세계에 알려보자’며 개발한 증류식 소주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건 고구마 등으로 99%가 넘는 에틸알코올을 만든 다음에 물을 넣어 24∼19도로 희석한 것이다. 에탄올을 농축하면서 맛 성분도 줄어 술 맛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래 한국 전통 소주는 그런 게 아니었다. 증류하여 40도로 만든 것이 진짜다. 안동 소주 같은 것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이 증류식 한국 소주를 세계에 내다 팔기 위해 만든 것이 화요다. 화요란 소주(燒酎)에서 쓰는 ‘불사를 소(燒)자’를 파자한 이름이다. 화요의 진한 맛과 향기를 즐기다 보면 락락이 ‘한국 술과 음식 문화의 품격을 높여 세계화해보자’는 한 남자의 의지를 불사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식은 한결같이 깔끔하고 멋진 도자기에 담겨 나온다. 그야말로 요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릇은 물론 음식에서도 손님을 위해 정성을 쏟고 있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내가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그야말로 우아한 문화를 먹는 기분이 든다. 기품 있는 외형률 속에서 알찬 내재율이 흐른다.

음식이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것은 기본이다. 허접한 것이 포장이 번지르르하다고 인정받는다면 그건 진정한 프로의 세계가 아니다. 좋은 맛에 잡스럽지 않은 멋까지 더한 모습이라야 진정한 명품 음식점이 된다.

술은 화요로 시작해도 되고, 하루 10병만 한정으로 판다는 락락 막걸리와 함께 ‘술 코스의 애피타이저’를 즐긴 뒤 화요로 넘어가도 된다.

안주는 맨 먼저 한국 음식을 즐기는 순서에 맞춰 모듬전을 먼저 주문해본다. 3만원. 녹두 빈대떡, 김치전 등이 바싹하게 구워져 나온다. 녹두 빈대떡(1만5000원), 해물김치전(1만8000원)을 별도로 시켜도 된다. 해물꼬치를 비롯한 모듬꼬치(사진.2만5000원)도 있다. 돼지마늘소스튀김(2만2000원)이 인기라고 한다. 얼큰한 매운해물탕(2만원)으로 속을 다스려 가며 화요를 즐길 수도 있다. 오후 6시에 문을 열어 새벽 2시까지 한다.

무릇 음식에는 빛깔과 향기에 걸맞은 문화적인 옷이 필요하다. 이를 맞추는 것이 한국 음식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는 전략일 것이다. 락락에서 이러한 도전의 현장을 실제로 목격하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사진 신인섭 기자

락락(樂樂)
위치 청담 사거리 M.net 방송국 뒤편
영업시간 (점심) 12시~2시30분, (저녁) 6시~새벽 2시
좌석 수 60석
인기 주류 화요 41도 200ml 18,000원, 화요 25도 300ml 10000원, 낙낙生막걸리 10000원, 화요 칵테일(피처) 18000원, 낙낙生막걸리 칵테일 피처 9000원. 특히 낙낙生막걸리 칵테일은 딸기 요구르트 또는 곡물 요구르트와 탄산음료를 섞어 맛이 달콤새콤해서 여성들이 좋아한다.
문의 02-512-4828


글쓴이 채인택은 중앙일보 인물독자 에디터로, 조금 비약하자면 그의 품평 한마디에 음식점의 흥망성쇠가 이루어질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미식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