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産보루 북한 美자본과 악수-코카콜라 북한 진출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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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햄버거.청바지와 함께 美자본주의의 한 상징으로 꼽히는 코카콜라가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지역 북한의 밀폐된 문을 두드렸다.코카콜라는 지난 70년초에도 중국의 죽(竹)의 장막이 걷히면서 선발주자로 대륙에 발을 디뎌 중국의 개방을 상 징했었다.이와 마찬가지로 코카콜라의 북한 진출은 단순히 상업적 의미보다 코카콜라로 상징되는 미국 자본력과 공산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북한의 악수와 화해를 의미한다.
북한 진출을 노리는 코카콜라의 목적은 비교적 단순하다.코카콜라의 마지막 프론티어를 선점(先占)하자는 것이다.코카콜라에 북한은 마지막 남은 시장이다.
지난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후 코카콜라는 냉전종식의 물결을타고 대부분의 舊공산권 시장을 석권했다.이제 북한은 코카콜라에리비아.이라크와 함께 마지막 남은 미개척 시장인 셈이다.
반면 코카콜라를 끌어들이려는 평양의 속사정은 좀 복잡한 편이다. 우선 북한은 코카콜라 평양 입성(入城)을 허용함으로써 대외적으로 상당한 선전 효과를 거둘 수 있다.즉 이같은 조치를 통해 北은 워싱턴에는 北-美 관계개선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서울에도 상당한 심리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코카콜라 진출은 북한 주민들로부터 상당한 점수를 따는 요인도 될 수있다.어차피 김정일(金正日)은 경제재건을 통해 자신의 권력 승계를 정당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코카콜라는 자신의 경제 업적을 과시하는 선전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코카콜라 북한 진출에는 평양이 감수해야하는 위험 부담도 적지 않 다.
北은 지난 50년간 코카콜라를 청바지.재즈와 함께 퇴폐적인 자본주의 찌꺼기로 간주,금지시켜 왔다.따라서 코카콜라 진출을 허용할 경우 북한 주민들에게 이같은 상황을 합리화해야하는 정치.사회적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정일은 김일성(金日成)노선에 추종하는 보수세력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코카콜라의 대북(對北)진출은 향후 전개될 北-美 관계 개선의 폭파 속도에 밀접히 연계된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다음주로 예상되는 미국의 대북(對北)금수조치해제→북한.코카콜라 협상→합작회사설립합의→공장건설→판매개시등의4단계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카콜라 본사가 위치한 애틀랜타가 美민주당의 본산이라는정치적 의미를 감안하면 코카의 평양진출 전망은 예상밖으로 매우밝을 수도 있다.
한편 코카콜라의 북한 진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이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공식적으로 정부는 코카콜라의 진출이 북한 개방의 신호로 해석,『기분 나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이같은 뉴스가 일반 국민들의 눈에 자칫 北-美관계 밀착의 이미지로 비쳐질까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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