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실화영화2편美서 화제-"콥""후프 드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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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인기스포츠 스타가 연예인 못지 않은 부와 명성을 누리는 시대다.최근 미국에서는 날로 상업화돼 가고 있는 스포츠 세계의 이면을 들여다본 두편의 스포츠 영화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오랜만에 나온「진지한」스포츠영화로 올해 아카데미작품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후프 드림스』(Hoop Dreams)와 미국프로야구계의 전설적인 영웅 타이 콥의 인간성에 초점을 맞춘『콥』(Cobb).
『후프 드림스』는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농구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흑인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며 『콥』은 스포츠 영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개인적인 결함들을 용인받았던 한 괴팍한 야구선수의「벌거벗은 모습」을 드러내고자 한 전기영화다.
지난해 10월 뉴욕영화제 폐막작품으로 상영돼 호평을 받았던『후프 드림스』는 3시간짜리 흑백 실화영화.스티브 제임스.프레드막스.피터 길벗 등 30대 후반의 다큐멘터리작가 세명이 87년부터 91년까지 두명의 10대 농구선수를 쫓아다 니며 그들의 성장을『인간시대』처럼 기록한 색다른 작품이다.
두명의 주인공은 현재 아칸소주립대학 농구팀의 4년생 가드 아서 애기와 마켓대학의 4년생 가드 윌리엄 게이츠.시카고의 흑인빈민촌출신인 이들은 시름을 잊기 위해 동네 아스팔트 농구장에서살다시피하다 14세때 백인촌의 세인트 요셉고교로 스카우트된다.
영화는 여기에서 출발한다.같은 시카고 출신의 농구스타 아이시아토머스를 모델로 꿈을 키우는 이들은 그러나 학교측의 상업적인 기대에 짓눌려 농구자체의 즐거움은 박탈당한채 무거운 짐만을 짊어진다. 수천명 가운데 하나 나올까 말까한 프로농구스타를 꿈꾸며 후프(농구골대의 링)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두 흑인소년.『후프 드림스』는 스포츠만이 유일한 탈출구인 이들을 통해 미국사회의 소외계층인 흑인들의 슬프디 슬픈 현실을 이야기한다.
결코 잘 풀리고 있다고는 할 수 없는 두 소년의 성공여부를 미지수로 남겨놓는 이 영화는『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인생이란 게임을 훌륭히 그려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편 론 셀턴감독의『콥』은 이미 성공의 절정에 도달했던 한 스포츠스타의 개인적인 면모를 추적하며「명성이 한 인간에게 어떤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준다.
50년대 미국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타자인 그는 난폭하고 싸우기를 잘하며 흑인들을 못살게 군 인종차별주의자였다.그러나 그 시대의 매스컴은 대중의 우상인 그의 숨겨진 면모를 애써 모른 체하고 스포츠 영웅으로서만 부각시킨다.콥은 실제 장 례식때 야구계에서 겨우 세명만 문상을 왔을 정도로 인심을 잃었던 인물.이영화는 그의 마지막 시즌인 61년 그의 전기를 쓰기 위해 그와가까이 접촉하는 전기작가 알 스텀프와의 밀고 당기는 관계에 초점을 맞춰 전개된다.
토미 리 존스가「위대한 타이 콥」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이영화는「과연 위대함의 정의는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李 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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