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의 敵.동지는 누가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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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체첸사태로 러시아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면 누가 옐친의 적이 되고 누가 동지가 될까.
현시점에서 옐친의 적이라고 간주될만한 사람은 너무나 많다.
우선 정치권은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옐친대통령의 기반이라고 할 「러시아의 선택당」 가이다르당수는이미 체첸문제 해결책에 대한 반발로 『우리 당은 옐친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고 선언했다.
고르바초프시절 「5백일 급진 경제개혁안」을 수립했던 야블린스키도 『옐친은 대통령직을 물러나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야당인 공산당이나 농민당등은 말할 것도 없고 루지코프 모스크바시장도 호시탐탐 대통령자리를 노리는 옐친의 적들이다.
가장 결정적인 적들이 軍에서도 늘어가고 있다.
가장 고위인사로는 아프간주둔군 사령관이었으며 최근까지 CIS국방문제담당 차관을 지냈던 40군출신 그라모프장군.
그는 체첸문제 무력개입에 반대했다가 보직 해임됐으나 현재 국방장관인 그라초프를 대신할만한 인물로 간주될만큼 軍내 명망가이다. 반면 옐친대통령의 가장 믿을 만한 동지로는 3개 무력부서담당자들인 그라초프국방장관,예린내무부장관,스테파신 연방방첩본부장을 꼽을 수 있다.
모스크바 외곽부대와 보안군등이 이들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다는얘기는 아직 없다.
특히 군부의 동요가 심할 때마다 이를 다독거리는데 천재적인 역할을 해온 코르자코프가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것으로 보인다.코르자코프는 93년10월 의사당에 대한 폭격을 군부가 망설일 때 그라초프를 설득,폭격을 감행하게 했고 옐친 이 의기소침할 때 마다 같이 술을 마시며 힘을 북돋운 인물로 「옐친의 라스푸틴」으로 불린다.
행정부내에서는 체르노미르딘 총리이하 각료들이 소극적이나마 지지파로,정치권에서는 슈메이코 상원의장과 립킨 하원의장도 親옐친쪽에 가까운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모스크바=安成奎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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