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굳어지는민자당대표직 퇴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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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자당 김종필(金鍾泌)대표가 침묵하고 있다.도무지 말이 없다.화라도 내면 차라리 좋겠다는 측근들의 토로다.그러나 그는 화도 내지 않고 있다.다문 입을 열지 않는다.
7일 아침 金대표는 평소보다 20여분 일찍 당사에 나왔다.기자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金대표는 기자들을 본체만체 하고 집무실로 들어갔다.그 대신 특유의 얼굴경련으로 무언(無言)의 반응을 보였다.
金대표는 청구동 자택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아침 일찍 청구동 자택에는 공화계의 최재구(崔載九)고문,조부영(趙富英.청양-홍성)의원이 찾아왔다.공화계는 아니지만 신경식(辛卿植.청원)문체위원장도 왔다.그러나 金대표는 이들과 차만 마셨 을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金대표의 대표직 퇴진을 의심하는 사람은 이제 당내에 없다.모두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6일기자회견에서 金대표 위상문제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민자당내 중진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각개약진을 시작했다.金대표 이후의 역학관계가 물려있기 때문이다.이한동(李漢東)총무는 6일『이제 중진들이 나서서 각자의 구상을 내놓고 토론을 벌여야 할때』라고 말했다.김윤환(金 潤煥)장관도의원들과의 접촉 빈도가 높아졌다.
金대표의 勢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金대표의 생일인 7일 아침청구동 자택에는 전두환(全斗煥).최규하(崔圭夏)前대통령,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의 축하화분 정도만 놓여 있었다.
작년 생일과 대비된다.
10일엔 민자당의 세계화 실천을 위한 공개 간담회가 열린다.
당 사무처가 주관하는 행사다.金대표의 위상문제가 또한번 도마 위에 오를지 모른다.말그대로 공론화되는 것이다.金대표의 입장에선 처절하다.
金대표의 침묵을 놓고 두가지 분석이 대두된다.하나는 金대표가결국 백의종군의 자세를 취할 것이란 분석이다.부총재든,당의장이든,고문이든간에 대통령의 의사에 따를 것이란 얘기다.JP가 늘그래왔다는 것에 기초한 분석이다.20여년전인 舊공화당 시절에도그는 2선의 부총재로 물러나는 수모를 당했다.그때 그는 대항하지 않았다.그는 6일 당원 연수식에 앞서 이런 말을 남겼다.『세상에 살고있다는 것보다 더 고마운게 없다.과욕을 부리거나 허튼 짓을 하거나 특히 남을 음해 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이를대세순응론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분석도 있다.그가 거세게 저항할 것이란 예상이다.저항의 방법은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는 카드를 던지는 것이다.탈당 또는 의원직 사퇴가 될수 있다는 것이다.그럴 경우 현집권세력도 큰 상처를 입는다.불과 몇개월뒤 선거를 치러야하기 때문이다.이는 JP도 이제 달라졌다는 것에 기초한 해석이다.이번이 마지막 승부라는 점때문이다.金대표 얼굴의 경련 빈도가 높아진 것이 그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측근들의 얘기다.두가지 분석 모두 세몰이 식의대응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측근들은 이미 金대표가 결심을 굳힌 것같다고 말한다.침묵 자체가 그것을 상징하는 것같다는 것이다.다만 어느 것이든 세상을시끄럽게 하지는 않을것으로 보인다.모든 것을 金대통령과의 12일 회동에서 결말지으려는 것같다.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JP 특유의 인내다.
〈李年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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