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입 EFTA 3國 미국기업 피해보상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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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이 오스트리아.스웨덴.핀란드 등의 유럽연합(EU) 가입에따른 美기업들의 관세 추가부담에 대해 EU측으로부터 보상을 약속받았듯이 우리 정부도 EU측과 적극 협상을 벌여 이들 나라에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손실을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3국의 EU 가입에 따른 유럽내 경영환경 변화와 대응방안」이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지난 1일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체제하에서 EU측과 손실보상협상을 벌이되 일본 등 우리 나라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나라들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한편 손실액 산출때EU측의 입장을 감안하는 등 설득력 있는 보상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EU는 최근 줄다리기 끝에 3개국이 일부 관세를 EU수준으로 올림에 따라 美기업들이 입을 타격을 줄이기 위해 이들나라가 EU에 가입하지 않았을 경우 올해부터 적용했을 관세율을반도체.컴퓨터 등 특정품목에 대해 6개월간 잠정적으로 적용키로합의했다.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2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있다.무역진흥공사에 따르면 현재 일본도 피해보상을 요구하기 위한 협상을 검토중이다.
우리 정부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통상산업부의 이홍규(李弘圭)국제협력과장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아직 EU와 보상협상을 시작한 나라가 없다』며 『정부는 협상에 대비해 실무작업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3개국의 EU가입으로 이들 나라에 수출을 해온 역외(域外)업체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그동안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자유무역주의적인 통상정책을 펴온 EFTA회원국,특히 북유럽국가들이 EU와 함께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EU의 통 상정책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삼성경제硏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개국에 대한 수출액이 93년 현재 5.2억달러에 달하는데 그 중 절반에가까운 2.5억 달러어치가 관세율의 인상폭이 큰 전기.전자제품이다.특히 반도체는 공동관세율이 전보 다 10%이상 높은 12~14%나 돼 가격경쟁력의 약화가 불가피하다.무공(貿公)은 이들 3개국의 EU 가입에 따른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액을 1천1백20만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EFTA국가들은 또 개도국들에 비교적 관대한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운용해왔는데 이 역시 최근 강화된 EU의 GSP로대체돼 이들 나라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품목은 대부분 내년 1월부터 GSP의 대상에서 배제된다.
삼성경제硏은 그러나 자유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이들 신규회원국이 합류함에 따라 EU가 점차 자유무역주의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EU각료이사회의 가중(加重)다수결원칙에 따라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프랑스.이탈리아 등 남유럽국가의 표비중이 43%에서 37%로 낮아진 반면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세로 독일.
영국.덴마크.베네룩스 3국 등 자유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들의 표비중은 46%에서 48%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21세기초 유럽통합의 비전에 대해서는▲거시경제적 조건이 좋은독일.프랑스 등이 참여하는 경제통화동맹(EMU)을 핵으로▲그 주위에 관세동맹.공동농업정책에 참여하는 나머지 회원국들이 포진하고▲이를 둘러싼 유럽경제지역(EEA)이란 단일 시장권을▲다시EU와 준회원국협정을 맺은 나라들로 형성된 공산품 자유무역권이에워싸는 「동심원(同心圓)구도)」가 될 것이라고 밝혀 EU의 경제통합이 시차를 두고 다단계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李必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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