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쓰레기 줄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연초에 아이들과 엉뚱한 다짐을 했다.『앞으로 과자는 길에서 구워 파는 전병,빵은 붕어빵만 먹기.』『왜요?』『그냥 종이봉투에 담아주니까 쓰레기가 안생기잖니.』 군것질을 좋아할 나이의 아이들로서는 고약한 새해 덕담(德談)이었겠지 싶다.말하는 표정으로 될성부른 일이 아니란 것쯤이야 알아챘겠지만.
새해들어 시정(市井)최대의 화제는 쓰레기다.취지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행정당국의 준비부족이 괘씸하고 늘어난 부담이 버겁다는불만들이 적지않지만 쓰레기 종량제는 이제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다.그저 내다버리고 통합공과금 고지서에 합쳐져 나오는 「얼마인지도 잘 모르는」수거료만 내면 그 뿐으로 알던 것이,이젠 많이 버리면 돈도 많이 드는 세상이 됐으니 쓰레기 줄이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하긴 그게종량제가 노리는 가장 중요한 목표 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각 가정에서 가장 골머리를 앓는 것이 각종 포장재들이다.음식물 찌꺼기같은 생활쓰레기야 노력여하에 따라줄여볼 수나 있다지만 포장재들은 정말 처치곤란이다.눈길 끌기엔우선 그럴 듯한 포장이 최고라 생각해서인지,또 는 덩치가 커야슬쩍 집어넣고 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해서 그랬는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물건이 허다하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전체 쓰레기중 종이.플라스틱.철 및 알루미늄캔.유리병등 5종류의 포장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93년 현재 20.7%에 이르며 그 비중이 계속늘어나는 추세다.이런 포장비용이 가격에 다 반영 된다는 것까지는 그냥 넘어갔다 쳐도,내다 버리는 데도 품이 가고 돈이 들게된 판국에야 달가울 턱이 없다.그러니 소비자가 물건을 산뒤 알맹이만 챙기고 포장재는 산 곳에 두고 오거나 돌려보낸다는 새로운 풍속도(風俗圖)가 생길 수밖에.
그런게 바로 「경제적 사고」다.이젠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나 환경보호라는 거창한 목표를 떠나서 이런 현명한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라도 포장 줄이기를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로 삼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얘기다.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