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첨단비즈니스>실리콘밸리의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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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실리콘 밸리가 깊은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다.그동안 실리콘 밸리의 불황은 이 지역 제조업계가 90년 이래 감원한 인원이 4만명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
그런데 작년에는 25만~30만명이 캘리포니아州에서 신규 고용됐고 이중 상당수가 실리콘 밸리에 취업한 것으로 집계돼 실리콘밸리의 경기가 드디어 회복되기 시작했음을 증명했다.실리콘 밸리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는 이 지역의 주 택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산호세 공항의 지난해 여객 및 화물 수송량이 93년보다 거의 20%나 증가한 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경기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보다 중요한 흐름은 이 지역 산업구조의 변화다.지금까지 실리콘 밸리의 성장을 주도했던 컴퓨터 제조업 및 방위산업 규모는 여전히 줄어드는 반면 소프트웨어.생명공학. 환경공학 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특히 생명공학업계의 급속한 성장은 실리콘 밸리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는 이미 4백여개의 생명공학업체가 포진했고,이 중 약 40개사가 상장회사다.생명공학 산업이 실리콘 밸리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할 조짐은 최근에도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우선 창업투자자금이 생명공학업계에 지속적으로 투입되 고 있다.『산호세머큐리뉴스』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3.4분기중 실리콘 밸리 지역의 생명공학업계에 투자된 자금은 6천4백60만달러로 컴퓨터 및 주변기기업계에 대한 투자액 1천2백60만달러를 크게 능가했다.생명공학업계의 투자 자본 유치 액은 1993년 이래 줄곧 컴퓨터 업계의 투자 유치액을 두배 이상 초과하고 있다.
나아가 생명공학업계의 특허 취득을 용이하게 해주는 美특허청의최근 조치는 실리콘 밸리 지역의 생명공학업계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美특허청은 인체에 대한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신약(新藥)기술에도 특허권을 발급할 방침이라고 지난해 12월22일 발표했다.특허청의 이번 조치는 오는 3월 최종 확정될 전망인데,이에 따라 생명공학업계는 동물에 대한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만으로도 특허를 취득할 수 있게 된다.이렇게 되면 소규모 생명공학업체들이 상품화 자금을 유치하기가 크게 수월해질 것이다.
金 雄 培 〈美『실리콘밸리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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