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공사 100주년 행사 무산위기-촬영소완공 늦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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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영화진흥공사(사장 윤탁)의 영화 1백주년 기념행사가 좌초될 위기에 놓여 있다.영진공이 10월에 서울종합촬영소의 1단계 오픈과 때를 맞춰 열려던 영화1백주년 기념행사 계획이 공사비 확보문제로 공사완공이 늦어지자 불투명해진 것.따라서 영진공의 기념행사를 한국영화의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고자 했던 영화계는 적지않은 실망감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까지 영진공이 준비한 행사의 내용은▲영상자료원과 공동주최로 한국영화 70년사와 세계영화사의 주요 자료와 필름을 보여주는 전시회▲세계명화 기념상영회▲영화산업의 미래를 진단하는 연속세미나▲영상산업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유도를 위한 이벤트 등으로대별된다.1백주년 기념행사는 자체의 의미보다 영화산업에 대한 정부와 영화산업 종사자들의 의지를 표현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데서 소홀히 넘어갈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영화계의 시각이다.
외국에 비교하면 우리의 침체된 분위기는 더욱 뚜렷해진다.에디슨의 키네토그래프(세계최초 영화용 카메라)활동사진을 영화기원으로 보며,뤼미에르형제의 상업영화 상영을 원년으로 잡는 프랑스와대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조차도 미라막스사 와 뉴욕현대미술관 영상자료원 등이 재정후원 컨소시엄을 형성,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대규모 다큐멘터리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프랑스는 정부.영화인.영화사들이 삼위일체가 돼「프랑스 영화 1세기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영화 1백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캐나다의 경우 최대방송사인 라디오카나다와 국립영화진흥위원회(NFB)의 지원아래 범영화인 들이 기념행사 집행위원회를 결성하고 기념영화제작은 물론 몬트리올영화제를 특별행사로 꾸미는 등의 열성을 보이고 있다.이탈리아는 치네치타(CINECITA.영화진흥제작소)를 올해부터 2배 확장한다는 장기비전을 세웠다.
이처럼 각국은 영화 1백주년 기념행사를 날로 치열해지는 세계영상전쟁에서 자국의 영상산업에 대한 일반의 관심 고취와 투자촉진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이에 비해 예산부족으로 무산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는 삼성나이세스가 장샴우감독 과 기념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영상산업의 중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지원에는 인색한 우리 영상산업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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