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오너 4세 전면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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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두산그룹은 사상 최고의 올해 경영실적 발표를 앞둔 30일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최고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박 신임 회장은 7월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M&A) 사상 최대인 49억 달러 규모의 미국 잉거솔랜드 세 부문 인수를 성사시켜 두산을 ‘중공업 전문 그룹’으로 도약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로써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을 위시한 두산 오너가 3형제의 삼각 편대 체제가 균형을 이룬 것으로 풀이된다. 중공업계의 한 전문가는 “내년 말 ㈜두산의 지주회사 전환이 마무리되는 것을 계기로 2005년 이런저런 분란 속에서 두산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박용성 회장이 ㈜두산의 회장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4세 경영인들이 더욱 전면 배치된 것도 이번 인사의 큰 특징이다. 장자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에게 ㈜두산 부회장을 겸직하도록 하고,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두산 4세 8명이 두산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장손 집안의 형제가 모두 승진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앞으로 임원~차장급 4세 6명이 더 큰 자리를 맡고, 미국에 유학 중인 박용만 회장의 자제가 합류하면 자연스럽게 두산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회사 안에선 점친다.

 전문경영인의 승진도 눈에 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최승철 사장은 박용만 회장의 뒤를 이어 부회장으로, ㈜두산의 이재경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상 최고 실적이 기대되는 두산중공업의 이남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서동수 부사장은 발전BG(비즈니스그룹)장을 맡았다.

 오너 인맥과 전문경영인의 적절한 조화로 ‘책임경영과 내실경영 체제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 사업포트폴리오를 계속 확대해 나가려는 인사”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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